STX그룹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STX에너지 지분 최대 49%(약 4000억원)를 일본 오릭스에 매각한다. 비상장사인 STX중공업은 상장사인 STX메탈에 합병시키기로 했다.

STX는 24일 STX에너지·중공업·메탈의 이사회를 각각 열어 이 같은 안건을 결의했다고 발표했다. 지분 매각과 계열사 합병으로 유동성 확보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이탈리아 핀칸티에리에 STX OSV를 9000억원가량에 매각하는 본계약도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STX는 지난 5월 2조5000억원 규모의 재무구조 개선 방안을 마련해 추진해왔다.

○STX에너지 우선협상자 오릭스

STX는 STX에너지 지분매각 우선협상대상자에 일본 오릭스를 선정했다. ‘1조원 거부’로 알려진 이민주 에이티넘 회장의 투자회사인 에이티넘인베스트와 매각 협상을 벌였으나 최종 결렬됐다.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STX에너지 지분은 최대 49%까지만 팔 계획이다. STX에너지는 (주)STX가 66.4%, STX조선해양이 24.6%의 지분을 갖고 있다. 본계약은 오는 10월 안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발행된 구주 매각 외에 제3자 배정을 통한 신주발행 방식으로 자금을 확보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STX는 오릭스가 단순한 지분투자자를 넘어 전략적 파트너로 가장 적합했기 때문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오릭스가 일본과 아시아 등지에서 에너지 사업을 확대하고 있어 시너지가 기대된다는 얘기다. STX 관계자는 “오릭스는 펀드를 모으지 않고 자기자본만으로 장기 투자할 예정”이라며 “STX에너지가 추진하는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제안도 해왔다”고 말했다. 1964년 설립된 오릭스는 부동산과 투자사업 등을 하고 있는 종합금융그룹으로 자산 규모가 117조원에 이른다. STX에너지는 강원 동해시에 1000㎿급 대규모 화력발전소를 건설 중이며 경북 영양에는 46㎿급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STX중공업 메탈에 흡수합병

STX메탈은 STX중공업을 1 대 0.3387 비율로 흡수합병키로 했다. 양사의 합병은 수개월 전부터 추진했다. 비상장사인 STX중공업을 통해 자금조달 방법을 찾던 STX그룹은 장기간 지분 매각을 추진했으나 불발로 끝났기 때문이다. 조선경기 불황으로 선박용 디젤엔진과 산업플랜트 사업을 하는 STX중공업의 수익 전망이 좋지 않았던 탓이다. 기업공개(IPO)도 검토했지만 시일이 오래 걸리는 게 문제였다.

최종적으로 생각해낸 묘안이 STX메탈과의 합병이다. 엔진부품과 모듈을 만드는 STX메탈은 STX중공업과 사업 연관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했다. STX메탈의 덩치(시가총액 1300억원대)가 작아 합병이 쉽다는 점도 고려했다. 시가총액이 클 경우 합병에 반대하는 주식매수청구액 규모가 커질 수 있다.

이날 합병을 발표한 STX메탈의 주가는 전일보다 150원(2.59%) 오른 59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STX와 STX조선해양의 주가는 전일보다 각각 0.44%, 2.08% 내린 9020원, 9890원을 기록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