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티나 탑재 '맥북프로' 넣은 iOS6 공개
업그레이드 '시리' 한국어 지원

검은색 터틀넥에 청바지를 입은 스티브 잡스도, 기대를 뛰어넘는 혁신으로 팬들을 열광케하던 아이폰 신제품도 없는 행사였다. 하지만 잡스가 없고, 아이폰5가 빠진 자리에서도 애플의 마법은 이어졌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센터에서 열린 2012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애플이 꺼내든 비밀병기는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차세대 맥북 프로 노트북과 더 강력해진 음성인식 기능인 '시리'로 무장한 iOS6 운영체제다.

이날 애플은 지금까지 나온 노트북 가운데 가장 높은 해상도(2880*1880)를 지원하는 더욱 새로워진 맥북 프로를 공개했다. 필 쉴러 마케팅 담당 부사장은 "우리가 만든 가장 아름다운 컴퓨터"라고 강조했다.

새 맥북 프로는 아이폰, 아이패드에서 쓰인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적용해 한층 선명하고 깨끗한 화질을 가진 것이 특징. 두께는 0.71인치, 무게는 2kg에 불과해 역대 맥북 프로 가운데 가장 얇고 가볍다.

인텔의 최신 아이비 브릿지 쿼드코어 프로세서와 엔비디아의 GT650M 그래픽 카드를 탑재했다. 메모리는 최대 16GB까지 확장되며 최대 768GB SSD를 장착할 수 있다.

배터리 사용 시간은 7시간이며 대기 시간은 30일이다. 가격은 8GB메모리와 256GB SSD 기준으로 2199달러(한화 약 256만원)다.

이날 애플은 새로운 모바일 운영체제인 iOS6도 공개했다. 직전 iOS5에서 선보였던 음성인식 기능 '시리'가 한층 더 똑똑해진 것이 눈에 띈다. 시리는 축구나 야구 경기 결과 등을 말해주고 영화 앱 고르기, 저녁 예약 등도 도와준다. 예컨대 "저녁 먹을 수 있는 레스토랑을 알려줘" , "스칼렛 요한슨이 나오는 영화를 보여줘" 등의 대화를 알아듣고 실행한다.

애플은 BMW, GM, 아우디, 도요타 등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들과 합작해 시리를 실행시킬 수 있는 버튼을 차량에 탑재할 예정이다.

스콧 포스탈 소프트웨어 담당 부사장은 "시리가 더 바빠질 것" 이라며 "새로운 언어에 한국어, 중국어, 이탈리아어 등이 추가될 것"이라고 밝혔다.

iOS6에선 그동안 와이파이망에서 쓸 수 있던 영상통화 기능인 '페이스타임'을 3세대(G)망을 통해서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또 'Do not Disturb'라는 방해 금지 기능도 추가했다. 사용자가 시간을 지정하면 그 시간 동안 소리와 화면을 꺼주는 기능이다. 이밖에 애플의 앱스토어에 페이스북의 '좋아요' 버튼을 연계시켰고, 시리와 연동되는 새로운 지도 앱도 추가했다.

iOS6는 아이폰3GS, 아이폰4, 아이폰4S와 아이패드2,아이패드3, 4세대 아이팟 터치에서 설치할 수 있다.

오는 15일까지 개최되는 WWDC는 애플이 전세계 개발자들에게 iOS, OS X 등 자신들의 소프트웨어 비전과 전략을 소개하는 연례 행사다. 2008년 아이폰3G를 공개한 이후 매년 WWDC를 통해 최신 아이폰 시리즈를 발표해왔지만 올해 아이폰5는 가을께 별도의 행사를 갖고 소개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