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요? 영업사원이자 현장스텝일 뿐이죠." (주)베니카(VENICA)라는 회사로 마이스(MICE)업계에 주목 받는 CEO로 돌아온 손지창(43.사진)의 말이다.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에서 사업과 마이스 산업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회사의 매출 규모는

2010년은 80억 원, 지난해는 60억 원 정도를 달성했습니다. 2011년은 '선택과 집중'을 위해 그 동안 진행하던 일부 프로젝트를 정리하면서 매출이 2~30%가량 줄었습니다. 사실 '줄였다'는 표현이 맞을 수도 있는데, 베니카가 정말 잘할 수 있는 일들을 특화 하기 위한 '조정기간쯤'으로 해석하시면 될 것 같네요.

올해 매출목표는 80억 인데, 무난히 달성할 것 같아요. 이미 상반기에만 40억 이상 수주했기 때문에 잘하면 수년째 목표로 삼고 있는 100억을 달성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개인적으로는 "실적이다", "매출이다" 하는 숫자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 일을 돈벌이로만 생각하면 절대 남을 빛나게 해줄 수 없기 때문이죠.


매출 100억원 대에 근접했으면 사업가로소 성공했다고 볼 수 있는데 성공 비결은.

성공이요(웃음). 전 한번도 성공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없어요. 성공했다고 보지도 않을뿐더러 가야 할 길도 멀고, 해야 할 일이 무궁무진해서죠.

지난 2003년을 돌아보면 당시에는 사업과 연예계 활동을 병행했었는데 사무실에서는 대본을 외우고 있고 촬영장에서는 업무전화를 받고 있는 그런 상황이었죠. 돌이켜보면 어느 한쪽에도 집중을 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위기를 겪게 되니 어느 순간 연예계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도 들었죠. 하던 일 이 쉽잖아요(웃음). 오라는데도 있었고.

헌데 뭘 믿고 그랬는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어요. 그 시기에 ‘내려놓음’이란 의미와 ‘비움’의 참 뜻을 가슴속 깊이 새기게 됐죠. 한 기업의 대표로서 지닌 책임감도 그때 생겨난 것 같아요. 저는 홀 몸이 아니거든요(웃음).

저는 제 가족과 사무실 식구 20명, 그리고 4인 가족 기준으로 볼 때 딸린 식구까지 계산하면 8~90명을 책임지고 있는 셈이에요. 저는 책임져야 할 대표이지만 사실 지금까지 베니카를 이끌어 왔고 앞으로도 이끌어갈 동력은 열정적으로 밤을 새워가며 일하고 있는 직원들이거든요. 퇴근과 귀가를 잊고 열정적으로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국내 마이스산업의 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2006년, 바이엘 차이나 행사를 진행하면서 참가자들에게 제주도를 여자, 바람, 돌 이 많은 삼다도라고 얘기했더니 참가자들이 삼무도라고 얘기하더군요. 볼 것도 없고, 할 것도 없고, 살 것도 없다는 뜻이었죠.

정말 잘 지어 놓은 호텔, 그 이외에는 볼 것이 없다는 것이었어요. 우리 눈에는 참 많은 볼거리가 있는 것 같지만 그들에 눈높이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의미였겠죠. 지금은 많은 부분들이 보완되고 있습니다만, 한번 곱씹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마이스산업과 관련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수와 국제 행사들이 급증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가 '낮은 환율 덕'일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간단한 이치로 대규모 포상관광은 훨씬 좋은 경제적 조건이라면 행사장소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기 때문이죠.

마이스는 전시, 컨벤션, 이벤트, 관광이 동시에 이뤄지는 융합산업인데, 국내 마이스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추세를 반영한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구현 할 수 있는 복합단지 개발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국내에서는 인천이나 제주도가 컨벤션과 숙박시설은 물론 카지노, 테마파크, 쇼핑몰 등으로 구성된 초대형 마이스 복합단지로 개발 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초대형 복합단지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인지.

싱가포르의 컨벤션 및 복합 엔터테인먼트 콤플렉스인 '리조트 월드 센토사(Resort World Sentosa)'와 컨벤션과 카지노 시설을 갖춘 '마리나베이 샌즈(Marina Bay Sands)'가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 같네요.

싱가포르는 이미 10년여 전부터 전시와 국제회의 등을 통해 아시아 교역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마이스산업에 대한 경제적 가치가 급격하게 떨어지자 특단의 조치를 내렸는데, 그 핵심이 바로 내국인 카지노 허용이 포함된 복합단지 조성이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런 복합단지 조성과 차별화된 프로그램이 마련해 하드웨어와 콘텐트의 융합이 실현된다면, 싱가포르는 물론 세계 어느 나라와의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는 충분한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마이스人 손지창이 본 마이스란.

마이스란 융합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을 비롯해서 각각의 고유한 이벤트적 요소들이 서로 합쳐지고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분야가 바로 마이스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세계적인 행사의 트렌드를 읽기 위해서 '빅토리아시크릿(Victoria’s Secret)' 패션쇼를 가보라고 권합니다. 쇼를 보다 보면 콘텐츠 융합의 백미를 경험 할 수 있기 때문이죠. 공연과 패션쇼가 만나고, 퍼포먼스와 라이브 음악이 만나고, 런웨이가 가로로 배치되는 등 고정관념은 찾아볼 수 없죠.

이제 우리 마이스업계도 크리에이티브와 상상력이 가마 된 감동적인 퍼포먼스를 만들어 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 마이스산업은 '한류'와 'K팝'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지녔기 때문에 지금이 절대 절명의 기회입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현장의 소리를 좀더 세밀하게 귀 기울 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마이스산업은 장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행위 자체가 중요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산업 자체의 ‘밸류-업’을 위해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각계의 긴밀한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한경닷컴 유정우 기자 see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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