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체제] "아랍에 SNS세대, 北엔 식량난 세대"…젊은층 관심 오직 '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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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체제, 향후 북한 전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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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무장한 민주화 세대가 있었다면 북한에는 굶주림 속에서 자라난 ‘식량난 세대’가 있습니다. 1990년대 기아에 허덕이던 고난의 시기에 자라난 북한의 젊은이들은 사회주의 이념에 관심이 없습니다. ”

북한에 정통한 한 경제전문가는 북한 주민과 권력층의 이반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21일 말했다. 그는 “북한의 젊은이들은 오로지 생존만 추구하고 있다”며 “일부 지역에서 식량 배급이 끊기거나 시장이 마비되면 1980년대 말 독재자 차우세스쿠가 처형됐던 루마니아와 비슷한 사태가 북한에서 나타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주민들이 겪는 극심한 생활고를 해결하지 못하면 북한에 어떤 지도부가 들어서더라도 존립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미국과의 식량 접촉도 이 같은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밑바닥 생활고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전 1㎏당 3800원 하던 쌀값이 순식간에 5000원까지 올랐습니다. 2년 전 화폐개혁 때 20~40원 하던 것과 비교하면 최대 250배나 뛰었습니다.”

2000년대 초 탈북한 한 새터민은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때는 배불리 먹지는 못했어도 굶어죽지는 않았는데 지금은 상황이 더 어렵다”며 북한의 실상을 전했다. 북한이 평양 인근에 10만가구 규모의 대도시 건설을 추진하는 등 ‘2012년 강성대국 건설 원년’을 표방하고 있지만 현실은 강제동원으로 인한 ‘주민불만 폭발’에 직면해 있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주민의 66%가 끼니를 거른다. 문성민 한국은행 동북아경제연구실장은 “북한 경제는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은행의 자금세탁과 2006년 1차 핵실험으로 국제 사회의 제재를 받은 이후 아직까지 그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 노동자들의 월급은 평균 3000원 수준인 데 반해 4인 가족의 한 달 생활비는 평균 10만원 정도”라며 “북한 주민의 생활고가 극심하다”고 말했다. 부족한 월급을 메우기 위해 텃밭에서 채소를 가꾸거나 아파트 베란다에 닭을 키우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탈북 지식인 모임인 NK지식인연대의 박충식 대변인은 “다수의 북한 주민들에게 김정일 시대는 ‘배고픈 시대’ ‘고난의 행군 시대’로 각인된 지 오래”라며 “김정일에 대한 존경심이 무너진 상태고 후계자인 김정은에 대한 기대도 높지 않다”고 말했다.

◆불안한 사회 체제

북한은 물자가 워낙 부족해 화폐는 ‘휴지조각’ 취급을 받고 있다. 2009년 12월 화폐 개혁 직후 달러당 35원이던 시장 환율은 1년 만에 2000원으로 올라섰고 지난달 말에는 3800원 내외로 뛰었다. 최근 김 위원장 사망 소식으로 시장환율은 4000원 안팎까지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의 북한 화폐의 기능이 현저히 약화됐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은 김 위원장 사망 이후 사회불안을 차단하기 위해 주민 통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빈틈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북한 주민 중에는 한국 소식을 잘 아는 사람도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 소식통은 “북한 내 주민감시 체계도 이미 상당 부분 무너진데다 민심 이반이 심각해 권력층이 권력 다툼을 할 여유조차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혁개방 가능할까

전문가들은 북한이 경제회복과 사회 불안 해소에 성공하려면 최소한 중국식 개혁개방이라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실제 실현 가능성에는 의문을 표시했다.

NK지식인연대 박 대변인은 “정권 실세들도 중국식 개혁개방 필요성에 일부 공감하고 있지만 체제가 무너지면 기득권이 함께 무너질 것이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수영 통일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은 “지난 10년간 북한의 상업·유통 부문에서 개인과 기업의 진출이 확대된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 수요에 부응하는 새로운 생산기업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북한 정부는 시장의 피를 빨아먹는 조직이다. 시장에서 발생한 잉여가 국가에 의해 수탈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배종렬 수출입은행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 체제에서도 북한이 군사 부문에 자원을 우선 배분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용석/김일규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