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11일 전당대회에서 천신만고 끝에 야권 통합을 결의함에 따라 새로운 당명으로 재출발하게 됐다.

2008년 7월6일 민주당이라는 이름을 달고 출범한 지 3년5개월 여만에 새 둥지를 마련한 것이다.

민주당은 주중 시민통합당 등 통합 참여세력과 합당을 공식화한 뒤 다음달초 통합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구성하고 통합정당 창당을 마감할 예정이다.

◇민주, 2000년 이래 6번째 통합정당 = 민주당은 합당과 통합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당의 위기를 타개하고 국민적 지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돌파구로 정계개편 카드를 활용해왔다.

새 통합정당이 꾸려지면 2000년 이래 민주당 계열에서 6번째 통합 및 창당작업이 이뤄지는 것이다.

16대 총선을 앞둔 2000년 1월 새정치국민회의를 확대개편해 새천년민주당이 탄생했다.

새천년민주당은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배출했지만 신구 간 권력투쟁이 촉발되면서 2003년 11월 분당사태가 발생해 열린우리당이 창당됐다.

`백년정당'을 기치로 내건 열린우리당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152석을 확보한 과반여당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참여정부의 낮은 지지율에다 열린우리당의 내분이 격화하면서 2007년 대선을 채 1년도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탈당사태 등 열린우리당은 사실상 공중분해됐다.

결국 대선을 4개월 가량 앞둔 2007년 8월 열린우리당, 열린우리당 탈당파,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대표, 시민사회 등이 참여하는 대통합민주신당이 출범했다.

대통합민주신당은 2007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530만표 차이로 대패했고, 2008년 2월 또다시 정계개편에 나서 구(舊) 민주계인 박상천 전 대표와 함께 통합민주당을 창당했다.

이후 2008년 7월 전당대회에서 당명을 민주당으로 변경했다.

◇예견된 야권통합..험로의 연속 = 이번에도 민주당의 통합작업은 예견된 일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내년 총선을 4개월 앞두고 있지만 현 민주당 체제만으로는 승리를 낙관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돼 있기 때문이다.

야권통합론은 지난해 10ㆍ3 전당대회 때부터 거론됐지만 본격적인 흐름을 탄 것은 지난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다.

민주당이 야권 후보단일화 경선에서 시민사회 출신의 박원순 후보에게 밀려 처음으로 서울시장 후보를 배출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는 곧 민주당에 대한 국민적 심판으로 받아들여졌고, 민주당 체제로 내년 총선과 대선을 치르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고조됐다.

민주당 지도부는 원외에서 대통합 작업을 준비하던 `혁신과통합', 한국노총 등과 손잡고 야권통합 협상을 본격화했다.

12월17일 통합세력이 모두 참여하는 전대에서 지도부를 한 번에 선출하는 `원샷 통합전대론'이 주류를 형성했지만 박지원 전 원내대표를 비롯한 독자전대파들이 통합방식에 반기를 들면서 극심한 진통을 겪었다.

독자전대파들은 민주당 밖의 통합대상이 정치세력 내지 정파에 불과해 당대당 합당이 아닌 입당ㆍ복당ㆍ영입 방식의 흡수합당을 주장하고 지도부도 민주당이 독자 지도부를 구성한 뒤 통합 지도부를 구성하는 2단계 선출 방식을 요구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지난달말 `원샷 통합 경선'을 수용했지만 이후 경선룰 등을 놓고 끝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더욱이 `독자전대파'로 남은 일부 원외위원장은 마지막까지 전대 표결을 요구해 합당 결의를 위해 표결까지 치르는 진통을 겪어야 했다.

전대 합당결의가 만장일치가 아니라 표결로 결정된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로, 그만큼 통합 과정이 험난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내년초 통합정당 출범..새 지도부 구성 = 민주당이 전대에서 `혁신과통합' 주축인 시민통합당, 한국노총 등과의 통합을 결의함에 따라 내달초 통합정당 출범을 목표로 통합작업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빠르면 12~13일 통합수임기구 합동회의를 열어 통합세력 간 합당을 확인할 예정이지만 새로운 당명 선정 등 실무적 절차까지 고려하면 2~3일 가량 더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야권은 수임기구 합동회의 직후 임시지도부를 구성해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체제로 돌입하게 된다.

현재 당권에 도전할 인사들은 민주당 최대 15명, 시민통합당 4명 등 20여명에 달해 지도부 구성은 예비경선을 통해 후보를 9명으로 압축한 뒤 본경선에서 6명의 선출직 최고위원을 뽑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가 꾸려지면 당연직ㆍ지명직 최고위원 5명을 추가로 선임해 11명의 최고위원단이 구성되고, 이후 본격적인 총ㆍ대선 체제로 들어간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