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위 간사의 파워…돈 앞에는 與野도 없다
예결위 간사의 파워…돈 앞에는 與野도 없다
29일 오전 10시 여의도 국회도서관 앞 편도 3차선 도로는 대형 고급 승용차들로 꽉찼다. 도로 전체가 주차장이 됐다. 오전 10시30분부터 국회도서관 지하 대강당에서 열린 장윤석 한나라당 의원(사진)의 출판 기념회에 온 차들이다. 도서관 내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니 복도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각 공기업들이 보낸 화환으로 가득찼다. 줄잡아 100개 가까이 늘어서 사람들이 지나다니기 불편할 지경이었다.

대강당에 들어가니 299석 규모의 자리는 꽉 차 있었고, 통로에도 발디딜 틈이 없었다. 이날 장 의원 출판 기념회 사회를 맡은 이철우 한나라당 의원은 “장 의원 지역구인 영주에서 올라온 시의원, 도의원과 각 공기업에서 오신 분들, 국회의원까지 모두 소개할 시간이 없다”며 “참석한 국회의원만 100명에 가깝기 때문에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공기업의 한 임원은 “여기서 국회 본회의를 열어도 될 판”이라고 했다.

이날 장 의원의 출판 기념회를 찾은 국회의원들은 여야, 친이명박·친박근혜 등의 구분이 없었다. 민주당의 김진표 원내대표와 강기정 의원은 제일 앞줄에 앉았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과 김정 미래희망연대 의원도 귀빈석을 차지했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소장 쇄신파, 중진 의원 가릴 것 없이 대거 행사장을 찾았다.

이처럼 유례가 없이 많은 국회의원들이 장 의원의 출판기념회에 몰려든 것은 내년도 지역구 예산 따내기와 무관치 않다. 장 의원은 지난 21일부터 시작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한나라당 간사다. 쪽지(지역구 예산을 챙겨달라고 동료의원이 주는 메모)예산을 결정하는 계수조정 소위의 간사역도 겸하고 있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축사에서 “(장 의원은) 내년 예산을 주무르는 사람이다. 손에 돈가루가 묻어 있다. 의원들이 급한 일들이 다 있는 데도 여기 온 것은 조금이라도 지역구에 예산을 따 가려고 (장 의원과) 눈 마주치려고 온 것”이라고 뼈 있는 조크를 했다. 박 의장은 이날 부산에서 열린 부산세계개발원조총회 참석 일정을 미루고 장 의원 행사에 왔다. 이철우 의원도 “이 사람들이 왜 왔겠나. 다 돈 받으러 왔다”고 했다.

실제 장 의원 출판 기념회에선 의원들의 눈도장 찍기가 한창이었다. 이 의원은 “축사를 서로 하겠다고 해서 시간이 없으니 국회의장도 3분만 하시라”고 농담을 했고, 참석한 의원의 보좌관들은 소개 명단을 부를 때 자신의 의원 이름이 나오게 해달라고 사회석에 선 이 의원에게 수시로 부탁했다. 자리를 지킨 한 의원은 “예결위 권한이 대단하긴 한 모양”이라며 “매년 연말이 되면 예결위는 모든 상임위의 위에 위치하는데, 서로 예결위에 그렇게 들어가려고 하는 이유를 알겠다”고 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