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4번 타자 최형우(28)가 생애 첫 홈런왕 타이틀을 향해 뚜벅뚜벅 꾸준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최형우는 18일 목동 넥센전에서 8회초 오른쪽 펜스를 넘기는 2점 홈런을 터뜨려 시즌 29호를 기록해 이 부문 선두를 굳게 지켰다.

2위 이대호가 16일 3연타석 홈런을 몰아치며 26홈런으로 2개 차까지 따라붙었지만 다시 한 걸음을 도망쳐 홈런왕 타이틀에 가까이 다가섰다.

경찰야구단에서 군 복무를 하면서 타격에 눈을 뜬 최형우는 2008년 삼성에 재입단하자마자 신인왕을 꿰차고 타선 세대교체의 주역으로 나선 선수다.

그러나 여전히 팀을 정상으로 이끌 중심 타자로서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힘에 비해 정교함이 부족하다 보니 20홈런 언저리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고, 자연히 4번 타자로서의 무게감도 다른 경쟁자들보다 처졌다.

최형우는 특히 2008년과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중심타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팀도 집중력 있는 공격을 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류중일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를 등에 업은 올 시즌에는 확실히 달라졌다.

우선 최형우는 18일 경기까지 무려 0.332의 높은 타율을 자랑하며 타격 4위에 올라 있다.

늘 0.270~0.280 언저리에 머물렀던 선수가 단숨에 타율을 5푼 이상 끌어올린 것이다.

이와 동시에 올 시즌 가장 많은 16차례의 결승타를 때려낼 정도로 기회를 놓치지 않는 클러치 능력도 8개 구단 중 최정상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

최형우는 여기에 '꾸준함'을 더하면서 2008년 신인왕 이후 첫 개인 타이틀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류중일 삼성 감독도 최형우가 올 시즌 홈런왕을 차지할 것이라고 지지를 보내면서 그 이유로 '꾸준함'을 꼽았다.

최형우는 17경기밖에 치르지 않은 7월을 제외하면 매달 4개 이상의 홈런을 꼬박꼬박 치며 안정적으로 홈런 레이스를 벌였다.

2위권에서 추격을 벌이던 최형우는 7월 이후 라이벌 이대호가 주춤하자 비로소 1위 탈환에 성공했다.

지금과 같은 페이스만 유지한다면 개인 최초 30홈런 돌파도 시간문제다.

최형우가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하면 삼성에게도 의미가 크다.

일본으로 떠난 '아시아 홈런왕' 이승엽(2003년) 이후 8년 만에 프로야구 최고의 거포를 배출하는 셈이 된다.

또 2006년 박한이(득점)와 양준혁(출루율) 이후 5년 만에 기록 타이틀 보유자가 삼성에서 나올 기회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5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을 꿈꾸는 '사자 군단' 타선에 든든한 중심이 생겼다는 것이 가장 즐거운 일이다.

최형우가 올 시즌 첫 홈런왕과 우승 반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