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인들은 통일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재원 마련에 대해서는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세대 통일연구소와 한반도선진화재단,한국경제신문은 30일 서울 필동 한선재단 회의실에서 '경제인,통일에 대해 말하다'를 주제로 한 토론회를 열었다. 기업인들의 통일에 대한 태도와 통일비용에 대한 인식,재원마련 방법 등 다양한 분석과 의견이 제시됐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가 5월 중순부터 6월 말까지 전국 경제인 35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한 결과를 놓고 다양한 토론이 이뤄졌다.

주제발표에 나선 이상근 통일연구소 연구위원은 "기업인들이 통일됐을 때 값싼 노동력과 풍부한 에너지 자원 확보 등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반면 통일비용으로 인한 조세부담 증가와 복지비용 지출 확대를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심층면접을 비롯해 지난 3월 통일연구소와 리서치앤리서치가 전국 기업인 및 소상공인 1015명을 대상으로 통일의식에 대한 여론 조사를 했을 때도 응답자 중 90%가 '우리 사회의 통일 준비가 잘 안 돼 있다'고 응답했으며 통일재원 마련 방법으로는 직접적인 세금 부담(10.8%)보다는 기금 조성(51.1%)을 꼽는 의견이 훨씬 많았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연구위원은 "이번 심층면접 조사에서도 응답자들이 통일 비용을 부담할 의지가 있지만 통일재원 마련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고 통일비용의 규모와 운영 방법 등이 우선적으로 제시돼야 한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토론회 참석자로 나선 최수영 통일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은 "통일 비용에 대해 명확한 개념이 서 있지 않아 국민들은 막연하게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통일비용과 세금 부담을 추가적으로 어느 정도 해야 하는지를 밝혀 국민들이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일비용의 산정기준부터 명확하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정부와 학계에서 내놓은 통일비용은 200조~300조원부터 1200조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이용환 한선재단 사무총장은 "통일비용 산정의 기준이 되는 기간이 나와 있지 않다"며 "10년간인지 20년간인지 기간에 따라 통일 비용의 차이가 엄청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영기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통일비용을 북한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펌프의 '마중물' 역할로 제한한다면 오히려 지금 추산되는 금액들보다 훨씬 적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욱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센터 소장은 "통일비용에 제외될 것이 무엇이고 포함될 것은 무엇인지를 구분해야 한다"며 "예컨대 남한 내에서도 이미 빈부격차가 존재하는데 남북 간 경제 수준을 똑같이 만들 필요까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정부와 국민들이 갖고 있는 '통일'에 대한 인식이 너무 낙관적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최 실장은 "통일로 인한 경제적인 효과가 최상의 시나리오 상에서 도출된 것이란 점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운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통일이 예측가능한 시기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천재지변과 같이 급작스럽게 닥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