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관련자 5명 곧 기소…진보진영 '반발'

잠시 숨을 고르는 듯했던 이른바 '왕재산' 사건 수사가 조만간 표면화하면서 다시 정치쟁점화할 전망이다.

15일 검찰과 공안당국, 야권 등에 따르면 이 사건으로 이미 구속된 5명에 대한 기소시한이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데다 기소를 기점으로 야권을 비롯한 진보진영이 다시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일성 주석의 항일무장투쟁 유적지로 함경북도 최북단 온성에 위치한 왕재산은 북한에서 혁명 성지로 불린다.

공안당국은 북한 노동당 225국의 지령을 받아 남한에 왕재산이라는 이름의 지하당을 구축한 혐의로 학계, 정계, 노동계 인사들을 대거 조사 중이다.

특히 한상대 검찰총장이 지난 12일 취임 일성으로 '종북좌익세력 척결'을 강조한 상황에서 이 사건의 향배가 향후 공안사건 처리 방향의 가늠자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우선 기소권을 쥔 검찰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한 총장은 취임 이튿날인 지난 13일 주말임에도 출근해 대검 공안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왕재산 사건 등 진행 중인 공안사건에 대해 철두철미한 수사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칫 재판 과정에서 증거 미비로 수사 자체에 논란이 일거나 무죄 판결이라도 날 때는 막 출범한 '한상대호(號)'가 화두로 내세운 공안 수사력의 급격한 약화를 가져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구속 피의자에 대한 기소 시한이 오는 23일인 점을 감안해 이르면 이번 주중 구속된 5명을 일괄 기소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구속자는 IT업체 J사 대표 김모씨와 동업자 임모·이모씨, 임채정 전 국회의장의 정무비서관을 지낸 이모씨, 미디어업체 대표 유모씨 등이다.

하지만 공안당국은 이들 외에 애초 같은 혐의로 압수수색을 했던 5명의 피의자에 대해서는 증거물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안당국 관계자는 "현재로선 구속된 5명 이외에 영장을 청구할 피의자는 없다"며 "이들을 먼저 기소한 뒤 나머지는 압수물 분석 등을 통해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야권의 한 인사도 "5명 이외에 추가 구속자나 기소자는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며 "불구속 피의자에 대한 신문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진보진영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등은 지난 14일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 앞에서 "조직명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증거없는 수사라는 증거"라며 수사 철회를 요구했다.

인권단체연석회의 등도 지난 11일 이 사건 수사과정에서 인권침해 행위가 빈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민주당과 민노당 등 야권 지도부가 한 총장의 '종북좌익세력' 발언을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 색깔론으로 규정, 구속자에 대한 기소 이후 왕재산 사건이 표면화하면 정치쟁점화를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송진원 기자 honeybee@yna.co.krs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