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수단 비축하면서 자력갱생 주문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가 9일(현지시각) 통화정책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개최한 뒤 발표한 성명에 대한 해석을 두고 시장이 혼란을 겪었다.

연준은 성명을 통해 미국의 경제 성장세가 상당히 둔화됐다면서도 3차 양적 완화(QE)나 단기국채의 장기 전환,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 등 시장이 기대했던 특단의 대책은 제시하지 않았다.

확실하게 밝힌 것은 그동안 `상당 기간'이라는 애매한 표현을 사용했던 제로(0)금리 기조 유지 기간에 대해 "최소한 2013년 중반까지"라고 명시한 것 뿐이었다.

연준은 그러면서 "앞으로 물가안정의 범위내에서 더 강력한 경제회복세를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 수단의 범위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혀 추가 대책 마련 가능성을 시사했다.

결국 시장에서는 연준이 유럽의 재정위기와 미국 실물 경기의 둔화에 이은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시장이 패닉상태까지 몰렸지만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인지, 앞으로 나올 수 있는 추가 대책에 기대를 하라는 것인지를 두고 혼선이 생겼다.

실제 시장은 연준의 성명 이후 요동쳤다.

연준의 성명 발표 이전까지 상승세를 보이던 뉴욕증시는 연준의 성명 발표 이후 실망감에 급락했다가 장 막판들어 다시 급등했다.

원유선물 시장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연준의 성명에 주목할만 한 내용이 없자 실망감으로 배럴당 80달러대가 붕괴됐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날 발표한 성명의 내용을 볼 때 시장에 우선은 자력 갱생을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연준이 지금 당장 경기를 부양하고 시장의 불안감을 해소할 대책을 내놓기에는 제약 조건이 많다.

물가 상승 압력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추가 양적 완화 조치를 하면 인플레이션을 감내해야 한다.

또 물가를 희생해서라도 추가 부양책을 통해 경기를 살릴 수 있다는 보장만 된다면 3차 양적 완화 조치를 할 수 있지만, 앞서 시행한 2차례의 양적 완화 조치가 경제 성장에 큰 도움이 없었던 것으로 판명돼 또다시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하기는 쉽지 않다.

적절하지 않은 때에 3차 양적 완화 조치를 하게 되면 경제 불황 속에서 물가까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감수해야만 한다는 의미다.

이 경우 연준이 사용할 수 있는 정책카드는 사실상 완전히 사라지게 돼 앞으로 경기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는 만큼 마직막 실탄을 아껴두겠다는 연준의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연준은 시장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제로금리 유지 기간을 구체화해서 저금리 기조 유지 기간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했고 추가 대책에 대한 여운도 남겨 시장이 혼자 힘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심리적 버티목을 만들어 준 것이다.

투자자들이 연준의 성명 발표 이후 자신들이 기대했던 내용이 없자, 실망감에 주식을 던졌다가 연준이 시장에 던진 메시지를 포착하고 대거 매수세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여기에 저가 매수세까지 개입되면서 뉴욕증시의 급등을 부추겼다.

웰스캐피탈매니지먼트의 제임스 폴슨 수석 시장분석가는 "2008년 이후 투자자들은 공황에 빠지게 되면 연준이 돈을 풀어 시장을 부양할 것으로 생각했고 이런 관행은 투자자에게 바람직 하지 않다"며 "위기가 발생하면 지원해준다는 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측면에서 오늘 연준의 성명이 던진 메시지는 시장 스스로의 힘으로 서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그 코트 ING투자운용 선임 선임 스트래티지시트는 "연준이 의회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연준에 박수를 보낸다"고 평가면서 "앞으로 2년간 확실하게 저금리가 유지된다는 것은 투자에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이상원 특파원 lee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