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범죄 혐의 소명되고 증거 인멸 우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이중희 부장검사)는 26일 16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으로 담철곤(56) 그룹 회장을 구속했다.

이날 담 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담당한 이숙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에 따르면 담 회장은 부인인 이화경(55) 그룹 사장과 함께 최측근인 그룹 전략담당 사장 조모씨(구속기소), 온미디어 전 대표 김모씨 등을 통해 총 160억원의 비자금 조성을 계획ㆍ지시하고, 조성된 자금을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2006~2007년 조씨를 통해 그룹에 제과류 포장재 등을 납품하는 위장계열사 I사의 중국법인 자회사 3개 업체를 I사로부터 인수하는 형태로 회사 자금 200만 달러(한화 20억원)를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또 I사 임원에게 급여와 퇴직금을 주는 것처럼 가장해 법인자금 38억3천500만원을 빼돌리고, 한 해 2억원씩 10년간 총 20억원의 회삿돈을 성북동 자택 관리비 및 관리원 용역비로 쓴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I사가 담 회장 자택 옆 서울영업소 건물에서 운영한 해봉갤러리 관리 비용 5억원과 I사 서울영업소 건물을 임의로 사용한 비용 2억9천만원 등도 횡령액으로 잡혀 담 회장이 빼돌린 회삿돈은 모두 86억5천여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담 회장은 아울러 2002~2006년 계열사에서 법인자금으로 리스한 람보르기니, 벤츠 등 고급 외제 승용차를 자녀 통학 등 개인용도로 무상 사용해 해당 계열사에 20억원의 손해를 끼친 것으로 드러났다.

또 I사의 중국법인 자회사 지분을 오리온의 홍콩 현지법인에 헐값 매각해 I사에 31억3천400만원의 손해를 입히고, 총 100억원대에 이르는 회사 소유 그림을 8억7천만원 상당의 대여료 없이 자신의 집에 걸어놓는 등 총 69억1천여만원의 배임 혐의도 적용됐다.

담 회장은 조씨 등에게 이러한 수법의 비자금 조성 및 관리를 지시하고, 진행 상황을 정기적으로 보고받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구속된 담 회장을 상대로 미술품을 통한 비자금 조성 의혹을 추궁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담 회장과 함께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부인 이화경 그룹 사장도 조만간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이 사장은 동양그룹 고(故) 이양구 창업주의 둘째딸로 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인 ㈜오리온의 지분 14.5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한편, 담 회장은 최근까지 검찰이 혐의를 두고 있는 160억원을 모두 변제한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s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