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첫 3연타석 홈런치고도 팀 무승부에 '내 탓'

대한민국 최고의 '거포' 이대호(29·롯데 자이언츠)의 방망이가 대폭발했다.

이대호는 25일 사직구장에서 이어진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서 2회말과 4회말, 6회말에 잇따라 솔로 아치를 그리며 시즌 9∼11호 홈런을 기록했다.

이로써 이대호는 이날 홈런을 치지 못한 최형우(삼성)와 나란히 홈런 부문 공동 선두를 이뤘다.

지난 15일 KIA와의 경기에서 솔로홈런을 터뜨린 이후 손맛을 보지 못했으나 그간의 아쉬움을 단숨에 날렸다.

지난해 타격 7관왕에 올랐던 명성을 다시 한 번 입증하며 2년 연속 40홈런 고지를 향해 시동을 걸었다.

이대호는 지난 5일 삼성 선발 정인욱과 상대해 2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두 번은 당하지 않았다.

2회말 선두타자로 나온 이대호는 정인욱의 높은 직구를 받아쳐 왼쪽 담장을 넘겼다.

이어 4회말에는 1사 주자 없을 때 바깥쪽 높은 슬라이더를 공략해 좌중간 쪽으로 125m를 날아가는 아치를 그렸다.

정인욱은 6회말 선두타자로 나온 이대호에게 시속 133㎞짜리 포크볼을 초구로 던졌지만 통하지 않았다.

거의 한가운데로 몰린 공을 때려 좌측 펜스를 넘긴 이대호는 사직구장을 가득 메운 2만8천500명의 관중과 함께 환호했다.

앞에 주자가 없다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이대호의 타격 감각은 절정에 달했다.

이대호는 "어떤 공을 노리고 들어갔다기 보다는 주자가 없기 때문에 자신있게 풀스윙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타이밍이 좋았다"고 자평했다.

이대호는 데뷔 이후 이날까지 209개의 아치를 그렸지만 3연타석 홈런을 때린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좋은 날이지만 팀이 비겨서 기분이 별로 좋지는 않다.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이날 이대호는 2004년(20홈런)부터 8년 연속 두 자리 수 홈런을 기록하는 겹경사를 누렸다.

또 홈런왕 경쟁자 중 한 명인 최형우(삼성) 앞에서 특유의 '몰아치기'를 선보이며 앞으로 불꽃튀는 '거포 대결'을 예고했다.

그러나 이대호는 "아직 홈런왕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아닌 것 같다"면서 "팀이 빨리 올라가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잘라 말했다.

이날 이대호가 홈런 3방을 몰아쳤지만 팀의 승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롯데가 3-1로 이기던 7회초 2점을 내줘 연장 끝에 승부를 가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대호의 홈런 3방으로 낸 3점이 이날 롯데의 유일한 득점이었다.

이대호는 홈런을 친 이후에도 타점을 기록할 찬스를 잡았지만 살리지 못했다.

이날 이대호는 7회말 2사 1, 2루 찬스를 다시 맞았지만 투수 앞 땅볼로 물러났고, 9회말에는 끝내기 안타 기회에서 고의 사구로 걸어나갔다.

연장 12회말에는 또 선두타자로 등장했지만 오승환과 풀카운트 승부 끝에 중견수 플라이로 아쉬움을 남겼다.

중요한 순간에 '해결사'로서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고 생각해서인지 경기 후 이대호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그는 "동점이 되고 나서 저에게도 찬스가 왔다. 제가 타점을 올려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특히 7회의 찬스를 살리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부산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song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