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은커녕 고양이한테 생선 맡긴 꼴"

`부산저축은행 사태'를 계기로 금융감독 당국 출신 인사들이 금융권 감사자리를 꿰차는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권 `낙하산 감사' 논란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그동안 방패막이 논거로 거론됐던 `금융감독 전문성'마저 무력해졌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은 물론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 등에 내부 임직원들을 감사로 내려보냈고, 그 결과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 됐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지난 3일 "금융당국 퇴직자가 민간 금융회사에 재취업해오던 관행에 너무 관대한 기준을 적용했던 측면이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며 낙하산 감사 관행을 고치겠다는 의지를 시사해 귀추가 주목된다.

◇ 非감독당국 출신 감사는 `모래밭 바늘 찾기'
해마다 금융권 주주총회 시즌이면 반복되는 낙하산 논란은 올해도 예외가 아니었다.

신한은행은 3월 말 주총에서 이석근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를 신임 감사로 선임했다.

퇴직 후 일정 기간 업무와 관련 있는 민간기업 취업을 제한한 공직자윤리법 때문에 4월 초 공식 취업했다.

국민은행은 박동순 금융감독원 거시감독국장을 임기 3년의 상근 감사로 선임했다.

하나은행에서는 조선호 전 금감원 총무국 국장이 지난해부터 감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김종건 전 금융감독원 리스크검사지원국장을 감사로 영입하고자 주총을 두 차례 열기도 했다.

공직자윤리법 때문에 정기 주총에서 선임되지 못하다 보니 추가로 임시 주총을 연 것이다.

시중은행에서 금융감독 당국 출신이 아닌 감사로는 사실상 우리은행이 유일하다.

우리은행 감사자리에는 김용우 전 감사원 제2사무차장이 올랐다.

우리은행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는 감사원의 감사를 받는다.

낙하산 감사라는 점은 매한가지라는 얘기다.

증권ㆍ보험사에서도 감독 당국 출신이 돌아가며 감사 자리를 맡고 있어 `금융권 감사는 금감원 몫'이라는 게 일종의 정설처럼 자리 잡았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40개 증권사 가운데 31개사에서 금감원 또는 옛 증권감독원 출신 인사들이 감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나머지 9개사의 감사도 한국거래소와 예금보험공사 등 소위 `힘있는 기관' 출신이다.

지난해 주총시즌에 신한금융투자를 비롯해 메리츠종금증권, 교보증권, 동양종금증권, 미래에셋증권 등이 금감원 출신 인사들을 감사로 뽑아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이달 말부터 3월 결산법인인 증권ㆍ보험사의 주총시즌이 개막할 예정이어서 낙하산 논란이 또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낙하산 감사 없애라' 여론 비등
감독 당국 출신들이 감사를 독점하는 행태에 곱지 않은 시선이 많았지만, 금융회사와 감독 당국 측은 전문성을 활용한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해왔다.

오랫동안 금융감독 업무를 맡으면서 쌓아온 전문성을 고려할 때 부정적으로 볼 수만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산저축은행 사례처럼 눈먼 감사에 그친다면 전문성은 허울뿐인 명분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크다.

부산저축은행에서는 부산2ㆍ중앙부산ㆍ대전ㆍ전주저축은행 등 4개 계열사의 감사가 금감원 출신이었지만 대주주의 비리를 전혀 걸러내지 못했다.

대검찰청이 발표한 수사 결과를 보면, 이들 감사는 오히려 불법대출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거나 분식회계에 공모하는 등 부적절하게 처신한 것으로 밝혀졌다.

금감원 부국장 출신을 감사로 선임한 KB자산운용은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하기도 했다.

감사가 금감원 재직 시절 뇌물을 받은 혐의 때문이다.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금융감독원은 금감원 직원을 감사로 추천하는 `금융회사 감사추천제'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서울연합뉴스) 곽세연 이준서 기자 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