孫 "모시겠다" vs 李 "다 버려야"

친노그룹을 향한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구애' 농도가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손 대표는 24일 오후 강원도 횡성의 구제역 피해 농가를 방문한 뒤 평소와 달리 현지에서 숙박하지 않고 귀경, 친노의 좌장 격인 이해찬 전 총리의 `광장에서 길을 묻다'라는 책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

25일 아침 강원도 춘천에서 최고위원회를 주재하는 일정도 준비돼 있어 `강행군'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출판기념회에서 손 대표는 이 전 총리에게 몸을 한껏 낮춘 채 간곡한 어조로 복당을 호소하는 등 뜨거운 러브콜을 보냈다.

이 전 총리는 지난 대선 패배 직후인 2008년 1월 총선을 앞두고 손 대표가 당대표에 오르자 "한나라당 출신 대표와 가치를 함께 추구할 수 없다"며 탈당했다.

그럼에도 손 대표는 "내가 부족해 이 총리가 당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자책하면서 "이제 나와 민주당이 엎드려서 마음을 열고 이 총리를 모시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 "내 모든 것을 내드릴테니 민주당에서 통합의 길, 정권교체의 길로 나아가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도 했다.

이 전 총리 개인에 대해서는 거듭 찬사를 보냈다.

"당대 진보지성을 다 망라해 책을 낸 혜안이 대단하다", "내가 (서울대) 몇 년 선배지만 항상 부러움과 존경을 갖고 있었다", "매사에 특히 국사(國事)에 대해 어떻게 그런 세부적 지식을 갖고 있는지 놀라움, 경탄을 금할 수 없다"고 치켜세운 것.

앞서 손 대표는 지난 17일 강원도 원주에서 이광재 전 강원지사의 지지 선언을 끌어낸 데 이어 21일과 23일 잇따라 김해로 내려가 권양숙 여사를 만나고 선거구를 누볐다.

이에 따라, 손 대표가 바쁜 와중에 이 전 총리 행사장을 찾은 것을 두고 친노 끌어안기를 본격화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이 전 총리는 손 대표는 물론이고 민주당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대선과 관련해 "다 버리는 사람이 결국 이겼다. 2002년에도 노무현 후보가 마지막에 자기를 버리고 단일화해서 이겼다"고 언급한 점이 눈길을 끌었을 뿐 선거통답게 내년 총선과 대선을 전망하는데 대부분의 발언을 할애했다.

그는 "내년 총선에서 야권 단일화를 만들어 의회 과반수를 넘기면 지금 여론상 1등이라는 사람(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은 별명이 확 바뀐다. 독재자의 딸, 유신의 딸로... 손바닥처럼 뒤집어지고 언론도 확 바뀐다"고 했고, 좌중에 박수가 터졌다.

그는 "무슨 수가 있어도 총선에서 야권연대를 만들어내고 그 힘으로 집권하는 역사적 소회를 다하겠다"고 했다.

(서울.횡성연합뉴스) 김재현 김승욱 기자 ksw08@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