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안전지대로 꼽혔던 북부에서 발생, 안전 우려 제기
외교부 "사건 전모 파악 우선"


최근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기업이 잇따라 무장괴한으로부터 공격을 당하면서 현지 안전 대책 강화가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아프간에서 재건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우리 기업의 한국인 근로자 2명이 아프간 북부 사만간주 작업현장에서 현지 무장괴한들에게 피랍됐다가 구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어 18일에도 같은 공사구간에 위치한 북부 발크주의 현장 사무소를 현지 무장괴한들이 급습, 총격전 끝에 방글라데시 근로자 1명이 숨졌으며 나머지 7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현지 언론은 아프간 경찰의 말을 인용해 이 무장괴한들이 '탈레반'이라며 총격과정에서 탈레반의 지휘자가 사살됐다고 보도했으나 진위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앞서 1년에 1∼2차례 정도 한국 기업 근로자들을 상대로 한 무장괴한들의 총격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19일 "당장 탈레반의 조직적인 소행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면서 "한국인 피해는 없지만 한국 기업의 근로자들을 상대로 사건이 일어났고 사망자까지 발생한 만큼 이번 일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주아프간 대사관은 관련업체와 긴밀한 연락.협조체계를 유지하면서 상황을 주시하는 한편, 아프간 진출업체와 교민들에게 개별연락을 통해 외부활동을 자제하고 신변안전에 유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

정부는 또 아프간 중앙정부와 주정부를 상대로 우리 국민에 대한 안전대책을 강화해줄 것을 요청했다.

해당 기업도 안전 우려로 공사를 더이상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한국 근로자 9명 전원을 현장에서 철수시키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현지 진출한 우리 기업과 관계를 맺고 있는 현지 업체들끼리 이권다툼을 벌이는 과정에서 범행했을 개연성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아프간 내에서도 비교적 안전한 지역으로 꼽혔던 북부지역에서 발생했고, 한국 지방재건팀(PRT)가 활동하고 있는 아프간 파르완주와 가깝다는 점에서 아프간 내 우리 국민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현재 아프간에는 PRT 100여명을 포함해 방호부대인 오쉬노 부대, 우리 대사관 직원 및 기업 관계자 등 약 200여명이 체류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현장을 수습하고 실종자를 찾아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확한 전모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수사 결과에 따라 보다 더 넓은 지역에서의 공사 중단, 경비원 고용 강화 등 보다 적극적인 조치도 고려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사건 발생 사실을 숨기다가 한 언론보도로 내용이 알려지자 3일만에 사실을 시인한 것을 두고 고의적 은폐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 생명 및 안전과 직결되는 영사 사건을 언론보도가 있기 전까지 숨긴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noma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