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미국 소비자들의 부채가 지난 2년 새 1조달러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뉴욕연방은행 통계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미국 소비자 대출은 11조6000억달러를 기록,소비자 대출이 정점에 달했던 2008년 3분기 말에 비해 7,4%,금액으론 9220억달러 감소했다.3분기 중 소비자 부채는 0.3% 감소했다.

절대 부채 규모가 감소하면서 2분기 연속 연체율도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올 9월 말 기준으로 원리금을 제때 상환하지 않은 연체율은 11.1%로,6월 말 연체율 11.4%에 비해 0.3% 포인트 하락했다.작년 9월 연체율은 11.6%였다.주택과 관련없는 소비자 대출 규모도 2000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부채 감소로 미 가계의 재정상태(대차대조표)가 개선된 것은 장기적으로 미 경제가 정상을 찾아갈 수 있는 청신호로 평가할 수 있다.

물론 경제난으로 고통받는 미국인들이 적지 않다.2분기에 비해 5.5% 감소하긴 했지만 3분기에 집을 압류당한 사람은 45만7000명에 달한다.신용카드 규제가 강화되면서 신용카드 발급 건수는 최고치를 기록했던 2008년에 비해 24% 급감했다.

미국인들이 차입을 줄이고 빚 상환에 적극 나선 것은 금융사들이 신용공여 조건을 강화하면서 미국인들의 소비 및 저축 행태가 바뀐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비영리 신용컨설팅 업체인 캠브리지크레딧의 크리스 비알리 대표는 “금융위기 이후 금융사들의 대출조건이 강화되면서 일반인들이 새로 은행 빚을 내기 어려워졌다” 며 “이같은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빚을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 가계의 디레버리지,즉 차입 축소는 단기적으로는 수요 감소로 이어져 경제 회복에 걸림돌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론 가계 재정건전화로 이어져 경제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다만 최근 들어 가계 부채 감소율이 급격히 둔화된 점에 비춰볼 때 경기가 살아나는 가운데 금융사들이 대출 경쟁을 벌이면 소비자 부채가 다시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없지 않다.

지역별로는 아리조나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네바다주가 다른 주에 비해 연체율과 압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