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 속도는 지난 1년보다 느릴 수 있겠지만 세계경제가 더블딥(짧은 경기상승 후 재침체)에 빠질 일은 없습니다. "

패트릭 망지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부사장(52 · 사진)은 1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세계경제가 회복 중이라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경기 호전에 대한 확신을 강하게 드러냈다. 그는 "각국 정부가 극단적으로 잘못된 정책을 집행하거나 소비자들이 소비를 급격히 줄이고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으면 더블딥이 올 수도 있겠지만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 경기지표를 살펴보면 더블딥에 대한 증거가 없다"며 "각국 정부는 금융위기 이후 신중한 모습을 보여왔고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는 상태에서 기업 실적도 좋은 만큼 추세적인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프랑스 국적의 망지 부사장은 독일 프라이부르크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2001년부터 8년간 프랑스 BNP파리바 본사에서 수석 투자전략가를 지낸 글로벌 경제 전문가다. 2003년부터 3년간 유럽중앙은행(ECB)의 전문가 자문집단 멤버로 활동했고 지난해부터 신한BNPP운용의 상품과 운용 부문을 총괄 지휘하고 있다. 신한BNPP 합류 전에는 도이체방크 메릴린치 등 유럽의 대형 투자은행에서 애널리스트로도 일했다.

망지 부사장은 세계경기가 회복 추세에 놓여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회복속도는 지난 1년보다는 느려질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각국 정부의 재정적자 수준이 상당히 높아 디레버리징(차입 축소)이 일어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유럽의 재정적자 문제는 이미 유럽중앙은행이 취한 선제적 지원 조치들 덕에 추가적인 악재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경기 회복이 지난해 3분기부터 1년간 진행돼 왔는데 미국 유럽 국가들의 재정적자 규모가 상당해 정부 지출을 줄이게 될 것"이라며 "전체적인 속도는 느려지겠지만 지역별로 차별화가 일어나 성장 스토리를 갖춘 아시아 국가들이 회복세를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증시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과거 미국 경제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왔던 한국 경제가 최근에는 중국,아시아 국가들과의 상관관계가 미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높아지면서 리스크 요인이 줄었다는 것이다. 기업들도 고부가가치 상품 위주로 경쟁력을 키워 탄탄해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원전 관련 기술 수출 등이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았다. 이를 바탕으로 1800선을 돌파한 코스피지수가 연말까지 1750선을 하단으로 1900~2000선까지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

망지 부사장은 "한국 기업들은 독일,일본 등과 같이 첨단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진화하고 있다"며 "자동차,정보기술(IT),조선업 등 글로벌 경쟁우위를 갖춘 기업들이 많은데다 정부 재정측면에서 독일,일본보다 훨씬 건전한 상태라 펀더멘털(내재가치)상으로 증시의 상승 여력이 높다"고 진단했다.

망지 부사장은 중국 관련주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 수혜주에 관심을 둘 것을 권했다. 신한BNPP운용은 MSCI 관련 주식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를 조만간 출시할 예정이다. 그는 "중국에 직접 투자하거나 중국과 연계된 소비재,여행 · 레저 관련주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이 내년에 MSCI 선진지수에 포함될 것을 확신하고 있어 관련 대형주에 대한 투자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글=박민제/사진=허문찬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