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협회의 '위험성향지수'가 오는 10월 공개되면 국내 금융시장의 위험도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돼 리스크 관리능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전망된다. 선진국에선 이미 널리 활용되는 이 지수를 통해 금융시장 전반의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어 개인 · 기관 등 투자주체들은 시장 파악이 용이해지고 금융당국은 정책 대응에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개별 리스크에 대해 시장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여주는 지표가 국내에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고 지수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리스크 프리미엄'의 종합지수

위험성향지수는 개별 상품의 리스크 프리미엄(투자자가 위험 부담을 감수하는데 따른 수익)을 기초로 산정된다. 리스크에 따른 상품 및 거래의 수익률 변화를 통해 투자자들의 움직임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수의 기초 대상이 되는 상품은 주식 · 채권 · 외환 · 파생상품 · 현물시장을 총망라한다. 한국거래소의 변동성지수(VKOSPI)와 코스피200지수 선물 · 옵션을 비롯해 각종 채권의 수익률,원 · 달러 환율,금리 · 통화 스와프,국제 금 시세를 포함한다.

관련 연구를 진행해온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채권 수익률이나 선물 · 옵션거래 증감 등을 종합하면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느끼는 위험도를 파악할 수 있다"며 "투자자들이 얼마만큼의 리스크를 감내할 수 있느냐에 따라 개별 상품의 리스크 프리미엄도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안전자산인 국고채에 투자자가 몰려 국고채 수익률이 떨어지면 위험성향지수가 낮아지는 반면,위험자산인 코스피200지수옵션 투자가 늘어나면 지수가 올라가게 된다.


◆매일 산출해 공개

위험성향지수는 매일 저녁 '자본시장 통계서비스'(프리시스 · www.freesis.or.kr)를 통해 공개된다. 주식 · 채권 · 외환 등 개별시장의 지표를 모아 산정해야 하는 만큼 금투협은 장중 실시간 집계는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지수의 최초 산정 시점은 거래소가 변동성지수를 집계하기 시작한 지난해 4월13일로 잡았다. 매일 산정되는 각종 데이터가 1년 반가량 축적돼 지수로서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게 금투협의 설명이다. 금투협 관계자는 "최근 1년6개월간 위험지수 변화를 함께 제공하는 만큼 오는 10월 초 지수를 발표하면 시장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글로벌 자본시장을 대상으로 한 위험성향지수 개발은 이미 활성화돼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회원국을 대상으로 위험성향지수를 산출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크레디트스위스,UBS 등 투자은행(IB)도 자체 지수를 산출하고 있다. 호주국립은행(NAB) 등 일부 중앙은행에선 자국의 위험성향지수를 따로 집계한다.


◆주식 매매시점에도 참고 가능

글로벌 시장의 위험성향지수는 이미 각국 시장에서 주식 매매 타이밍이나 시장 과열 여부를 판단하는데 널리 활용되고 있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투자전략을 세우기 위해 개별적으로 확인해왔던 시장지표들이 위험성향지수로 정리되면 시장 상황을 파악하기가 훨씬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비슷한 해외 IB들의 자료는 접근이 어려웠는데 금투협에서 위험성향지수가 나오면 시장과열 여부 등을 판단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지수 데이터가 축적되면 투자자들의 투자 시점을 판단하는 데도 유용할 전망이다. 투자자들이 느끼는 위험도가 높아지면 위험자산 선호도가 낮아지고,위험에 둔감해지면 선호도는 높아진다. 실제 UBS의 글로벌위험지수는 오랜 데이터 축적을 통해 1.3 이상이면 경험적으로 주식 등 위험자산의 연간 투자수익률이 1%에 머물러 '매도' 신호로 해석되는 반면,-3 이하로 떨어졌을 때 위험자산을 매수할 경우 수익률은 10%를 웃돌았다. 위험성향지수는 자본시장 전반의 움직임이 투영되는 지표인 만큼 앞으로 관련 상품이 개발될 가능성도 높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