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의 대부' 존 폴슨(54)이 운영하는 폴슨앤드코의 대표 펀드들이 두 달 연속으로 부진한 실적을 보이며 체면을 구겼다. 폴슨 산하 헤지펀드들의 이 같은 부진은 2008년 말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당시 200억달러(약 23조원)가 넘는 수익을 거두며 금융업계의'전설'로 부각됐던 인물도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할 정도로 시장이 크게 요동친 탓으로 분석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 "글로벌 헤지펀드 업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폴슨의 대표 펀드들이 5~6월 연속으로 큰 손실을 봤으며,손실률도 가파르게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운용자산 규모가 30억달러에 이르는 '폴슨앤드코 리커버리펀드'의 경우 지난달 -12.39%의 수익률을 보였다. 씨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미국 대형 금융사들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펀드는 5월에도 -9%대 후반의 손실을 봤다. 유로존 재정적자 위기를 비롯한 각종 위기로 글로벌 증시가 요동치면서 큰 타격을 입은 것이다.

90억달러 규모 '폴슨앤드코 어드밴티지펀드' 역시 지난달 -4.4%의 저조한 수익률을 보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운용했던 금융회사들에 대해 쇼트(매도)포지션을 취해 340%의 수익률을 안겼던 '폴슨크레디트오퍼튜니티펀드'도 0.9% 수익에 그쳤다. 올 상반기 전체로는 13%의 수익률을 거두며 잘나가던 '폴슨골드펀드'도 지난달에는 7.3%로 수익률이 뚝 떨어졌다.

헤지펀드리서치 조사 결과 올 2분기 업계 전체 실적이 -2.79%로 집계될 정도로 헤지펀드 업계는 '최악의' 시기를 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이 같은 시장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폴슨앤드코의 대표 펀드들이 업계 평균을 크게 넘는 수준의 손실을 본 것에 대해 폴슨앤드코 측은 이유를 제시하지 못했다.

뉴욕대 경영 · 공공행정학과를 수석으로,하버드 경영대학원(MBA)을 최우등으로 졸업한 폴슨은 1994년 200만달러의 자본금으로 베어스턴스에서 독립,자체 헤지펀드 회사를 세웠다. 이후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를 계기로 200억달러가 넘는 수익을 거두며 일약 헤지펀드 업계의 대스타가 됐다. 그러나 '대박신화' 뒤에 폴슨과 골드만삭스 간 개운치 않은 '뒷거래'가 있었다는 의혹이 최근 제기됐고,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골드만삭스를 사기혐의로 제소할 때 핵심 배후로 거론하면서 여론의 강한 비난도 받았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