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기 '여소야대', 강원.경남 野 단체장에 與 의회
잦은 충돌 정책 추진 제동 우려..중앙정치 대리전도

지방에서 '독식'(獨食)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6ㆍ2 지방선거가 여당인 한나라당의 패배로 끝난 가운데 서울시장과 경기지사 선거에서는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됐지만, 의회는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해 '여소야대'가 됐다.

거꾸로 강원과 경남, 충남 등에서는 야권 후보가 지사로 입성하게 됐지만, 의회는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이 다수를 차지하는 갈등구도로 재편됐다.

어느 쪽이든 집행부와 의회가 '초록(草綠)은 동색'이라며 밀월을 구가하던 시절은 가고 날 선 비판과 감시가 예상되는 반면 사사건건 충돌하거나 경우에 따라 주요 정책이 공전될 우려를 낳고 있다.

◇서울과 경기 지방판 '여소야대'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가 피 말리는 접전 끝에 신승을 거뒀지만, 야당이 압도적 다수인 시의회에서 더 큰 고난이 기다리고 있다.

4년전 선거에서 교섭단체 구성요건인 10명도 채 충족하지 못했던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106석 가운데 79석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1995년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서울시의회에서 시장과 다른 당적의 의원들이 다수를 차지, 여소야대 모양새를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벌써 민주당 의원들이 오 시장의 중요 정책을 대충 통과시켜주지 않을뿐더러 양당의 중앙당 입김까지 작용할 경우 물리적 충돌까지 우려하는 분위기도 나오고 있다.

특히 민주당이 '차기' 또는 '차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오 시장을 적극 견제하고 나설 경우 지방자치 틀을 벗어나 중앙정치판의 대리전을 치를 무대로 변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경기의 경우도 김문수 지사가 재선에 성공했지만, 도의회는 지역구 의석 112석 중 71석을 민주당이 차지하면서 다수당이 됐다.

2006년 지역구 108석을 독식했던 한나라당은 36석을 얻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반대하는 여주와 팔당 등지의 한강살리기 사업과 김 지사의 주요공약인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사업 추진 과정에서 마찰이 예상된다.

이에 반해 도교육청은 그동안 한나라당 소속이 다수였던 도의회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던 무상급식안이 통과될 것으로 기대하는 측면도 있다.

◇야당 도지사와 '여당 의회'
야권 단일후보의 저력을 보이며 김두관 후보가 도지사에 당선된 경남의 경우 야권이 집행부를 장악했지만, 의회는 여전히 여당인 한나라당이 차지하고 있다.

도의원 54명 가운데 한나라당은 절대다수인 38명이며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에다 무소속까지 합쳐도 16명에 불과하다.

4년전에 비해 야당 의원들의 진출이 많이 늘어났지만 야권 도지사와 여당 도의회 간 마찰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주당 이광재 후보가 당선된 강원도에서도 한나라당 소속 도의원이 42석 가운데 과반인 24석을 차지하고 있다.

민주당 11석과 무소속 7석 등으로 어느 정도 견제를 할 수 있고 4년전 40석 가운데 한나라당이 36석이나 차지했을 때에 비해서는 사정이 나아졌다지만 표 대결로 갈 경우 난관이 예상된다.

충남의 경우 민주당 안희정 후보가 당선됐지만, 도의회는 '지역 여당'이랄 수 있는 자유선진당이 전체(40석)의 52.5%인 21석을 차지했다.

민주당 소속은 13석, 한나라당은 6석에 그쳤다.

민주당과 선진당은 세종시 수정안이나 4대강 사업 등 정치적 입장이 같은 일부 현안에 대해서는 공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안 당선자가 선진당의 정책에 어긋나는 진보적인 정책을 펼칠 경우 반발에 부딪히면서 공조가 금방 깨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안 당선자는 무분별한 개발보다 '보존' '관리' 쪽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내세우고 있어 개발론자들이 비교적 많은 선진당 의원들과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밖에 영남과 호남 등을 중심으로 여전히 단체장과 같은 정당 소속의 의원들이 의회 다수를 이루는 지역도 있지만, 이번 선거에서 무소속과 당적이 다른 비례대표 의원들이 진출하면서 '독식' 분위기는 예전과 같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학구 심언철 최윤정 이은파 김영만 이해용)

(전국종합=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