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목적 김재성은 부상에도 발탁

이승렬(FC서울)과 김보경(오이타), 구자철(제주) 등 89년생 막내 3인방이 모두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 나갈 태극전사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17일 허정무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발표한 사실상 최종 엔트리 26인의 명단에는 예상과 달리 `젊은 피' 3인방이 모두 이름을 올렸다.

허 감독은 지난해 말부터 "한국 축구의 미래를 고려해 젊은 선수 1명 정도는 경험을 쌓도록 남아공에 데리고 갈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동안 이들 89년생 가운데 한명 가량이 발탁될 것이라고 전망했기에 3명이 모두 발탁된 것은 다소 의외다.

하지만 축구계 안팎에서는 이미 지난 동계훈련을 거치면서부터 이미 이들 3인방은 차세대 요원으로 투자해야 할 존재라기보다는 베테랑과 동등한 경쟁자라는 시각도 있었다.

김보경은 지난 2월 동아시아선수권대회를 치르면서 "나뿐만 아니라 자철이와 승렬이도 이제는 막내라기보다는 대표팀에서 같은 선수로서 팀에 녹아들었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드필더 김보경은 왼쪽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오른쪽 이청용(볼턴) 등 주축 해외파의 컨디션이나 경기 상황에 따라 양쪽에서 언제든지 가용할 수 있는 든든한 백업으로 낙점됐다.

중앙 미드필더 구자철도 중원에서 조직력에 녹아들면서 수비에 충실했고 지난 1월 잠비아와 평가전, 2월 홍콩과 동아시아선수권 경기 등에서 골도 터뜨리며 적절한 공격성향도 드러냈다.

최전방 공격수 이승렬은 지난 2월 동아시아선수권 한일전에서 역전골을 터뜨려 주가를 올리다가 전날 에콰도르와 평가전에서는 눈도장을 제대로 받는 결승골을 책임졌다.

주전 경쟁에서 신뢰를 쌓던 이동국(전북)이 허벅지 부상이 도진데다 이근호(이와타)의 득점포가 주춤하면서 코치진이 최전방 예비요원을 고려해야 할 처지에 놓인 것도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 막내의 특색은 `필생의 부담'을 짊어지고 대표팀에 합류하지 않았기 때문에 흐름을 즐길 줄 안다는 점이다.

이승렬은 유럽 동계훈련과 동아시아대회 등을 치르면서 "아무 부담없이 나가서 실컷 즐기고 오자고 우리끼리 얘기를 하곤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승렬의 플레이를 지켜보면 실제로 겁없는 자세와 적극적인 당돌함이 경기의 흐름을 뒤집는 `한 건'으로 이어지는 때가 목격돼왔다.

이들 `젊은 피'와 함께 상대적으로 젊은 미드필더 김재성(27.포항)도 오른 발목 부상에도 당당히 대표팀의 한 자리를 꿰찼다.

김재성은 오른쪽과 중앙 미드필드를 맡을 수 있는 선수로서 경기 흐름을 적절히 파악해 최전방 공격진에 활기를 불어넣고 2선 침투와 중거리슛으로 직접 공격에도 가담할 수 있는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청용의 백업역할을 수행할 적임자로 국내파로 구성된 팀에서는 주전으로 뛰면서 지난 1월 라트비아와 평가전, 2월 한일전에서 골맛도 봤다.

전날 에콰도르와 경기에서도 오른쪽 미드필드에서 주축 해외파들과 호흡하며 결정적인 기회를 자주 선보여 신뢰를 줬다.

세트피스에서 기성용과 염기훈 대신 깜짝 키커로 활용될 수도 있어 활약이 기대된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