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시즌 맹활약에 국내외 팬들 흐뭇

이청용(22.볼턴 원더러스)은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데뷔 시즌에 바로 스타로 떠오른 흔치 않은 사례로 기억될 전망이다.

이청용은 10일(한국시간) 리복 스타디움에서 열린 버밍엄 시티와 2009-2010 프리미어리그 최종전인 38라운드 홈경기에서 후반 19분 교체 선수로 출전해 2-1 승리에 힘을 보태고 시즌을 마감했다.

그의 프리미어리그 진출 첫해는 성공적이었다.

올 시즌 성적은 5골 8도움.
특히 유럽과 남미도 아닌 세계 축구의 변방으로 여겨지는 아시아의 K-리그에서 건너온 탓에 이청용의 빠른 적응과 활약은 더욱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다.

이청용은 프리미어리그 이적기간이던 작년 8월 한국 K-리그 FC서울에서 프리미어리그 볼턴으로 이적료 200만 파운드(41억여원)에 둥지를 옮겼다.

박지성과 이영표, 설기현, 이동국, 김두현, 조원희에 이어 한국인으로서는 일곱 번째로 프리미어리그에 던진 야심에 찬 도전장이었다.

이청용은 오른쪽 날개를 맡았다.

발재간으로 뒷받침되는 안정된 드리블, 넓은 시야를 활용한 정확한 패스와 공간 창출, 날카로운 슈팅을 거의 곧바로 꺼내 보였다.

8월 16일 선덜랜드와 시즌 개막전에서 후반 23분에 교체로 투입된 것이 데뷔전이었고 그 뒤로 리그 경기와 칼링컵 대회를 한 차례씩 후반 교체 선수로 뛰었다.

코치진의 의심을 날려버린 때는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 칼링컵 3라운드 홈경기가 열린 작년 9월 23일.
이청용은 연장 후반 29분 페널티지역 오른쪽을 파고들어 요한 엘만데르의 골을 어시스트하면서 데뷔 후 처음으로 공격포인트를 올렸다.

여세를 몰아 나흘 뒤인 9월 27일 버밍엄과 프리미어리그 7라운드 원정경기에서는 1-1로 맞선 후반 41분 데뷔골까지 터뜨렸다.

매튜 테일러의 프리킥이 골포스트를 맞고 나오자 골 지역 왼쪽에서 볼을 잡아 수비수 한 명을 제치고 왼발슛으로 골네트를 흔들었다.

프리미어리그 3경기 만에 데뷔골을 결승골로 장식하는 순간이었고, 이후 이청용은 코치진의 신뢰를 받으며 선발 출전자로 입지를 굳혔다.

볼턴의 리복 스타디움에는 매표소에 이청용의 사진이 붙기 시작했고 이청용을 따로 응원하는 홈팬들도 눈덩이처럼 불어갔다.

이청용은 이날 이번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리그 34경기(27차례 선발), FA컵 4경기(3차례 선발), 칼링컵 2경기(모두 교체출전) 등 총 40경기를 뛰면서 5골, 8도움을 기록했다.

오른쪽 미드필드를 풀타임으로 지키면서 볼턴이 다음 시즌 강등되지 않고 프리미어리그에 남는 데 분명히 한몫을 했다.

다만 1월 27일 번리와 정규리그 경기에서 골을 터뜨리고 나서 득점포가 시즌 폐막까지 침묵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하지만 박지성의 한국인 프리미어리그 한 시즌 최다골(5골)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설기현의 시즌 최다 공격포인트(4골 5도움)도 넘어섰다는 사실은 뚜렷한 이정표이며 데뷔 시즌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눈부시다.

올 시즌 일단 주전으로 자리를 잡은 이청용이 다음 시즌에는 빅스타로 거듭날 것이라는 전망은 현지 언론의 동향에서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영국 대중 일간지 데일리스타는 명문구단 리버풀이 이청용을 영입하려고 800만 파운드(140억여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의 신빙성을 차지하고 축구팬들의 관심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성향이 있는 매체들의 거론 자체가 한층 높아진 이청용의 위상을 방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간지 더 타임스는 올 시즌 새로 프리미어리그에 들어와 가장 활약한 20명 가운데 하나로 이청용을 꼽았다.

지역신문 볼턴뉴스는 볼턴 서포터스연합이 선정한 `올해의 선수'로 공격수 케빈 데이비스가 뽑혔고 차점자는 이청용이었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축구팬들의 이청용에 대한 관심은 그간 언제나 `넘버원'이었던 박지성을 능가하고 있다.

축구월간지 베스트일레븐의 작년 11월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청용은 축구팬들에게서 635표를 얻어 박주영(603표)과 박지성(419표)을 제치고 `한국을 빛낸 올해의 축구선수'로 선정됐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