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혼자 레이스를 펼치는 것처럼 느껴질 만큼 '마땅한 경쟁자가 없는' 완승이었다.

여자 쇼트트랙의 최강자 왕멍(25.중국)이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에서 압도적인 레이스를 펼치며 2연패를 달성했다.

초반부터 선두로 치고 나간 왕멍은 마리안 셍젤라(캐나다), 아리아나 폰타나(이탈리아) 등 경쟁자들을 멀찍이 따돌리고 손쉽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왕멍은 1992년과 1994년 여자 500m 금메달리스트 케이시 터너, 1994년과 1998년 여자 1,000m 우승자 전이경에 이어 여자 쇼트트랙 선수로는 3번째로 개인 종목 2연패를 달성했다.

그야말로 '쇼트트랙 여제'의 계보를 잇는 슈퍼스타의 반열에 오른 셈이다.

167m의 키에 58㎏의 단단한 몸매를 갖춘 왕멍은 어린 시절부터 에이스로 성장하며 중국 쇼트트랙을 이끌 차세대 주자로 주목받았다.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은퇴한 양양A는 "왕멍이 어릴 적부터 재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언젠가 쇼트트랙의 별이 될 걸로 믿었다"라고 칭찬한 바 있다.

2002년 주니어세계선수권대회 500m에서 금메달을 따내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왕멍은 이듬해 세계선수권대회 중국 계주팀의 일원으로 금메달을 합작해 성인무대 첫 금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이후 2004년 세계선수권대회 500m에서 1위를 차지하며 첫 개인 종목 금메달의 기쁨을 맛봤던 왕멍은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500m에서 우승, 그동안 중국의 에이스 자리를 지켜왔던 양양A의 후계자로 인정받았다.

당시 왕멍은 3관왕에 올랐던 진선유(단국대)와 맞대결에서 밀렸지만 500m 금메달과 1,000m 은메달, 1,500m 동메달을 목에 걸면서 중국 쇼트트랙의 자존심을 살렸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이후 한국의 진선유와 정은주(한국체대)가 부상으로 부진에 빠지면서 왕멍은 명실 공히 세계 여자 쇼트트랙의 최강자로 떠올랐다.

2008년과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 2연패를 달성한 데 이어 2009-2010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시리즈에서는 4개 대회에서 500m를 싹쓸이했다.

결국 왕멍은 이번 동계올림픽에서도 최강자다운 면모를 확인하며 간단히 500m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왕멍은 1,000m에서 유력한 금메달 후보다.

이번 시즌 월드컵시리즈 1,000m에서도 금메달 1개와 은메달 2개를 따냈다.

미국 AP통신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종목별 예상 메달 수상자를 발표하면서 왕멍을 500m와 1,000m, 3,000m 계주 등 세 종목의 우승 후보로 거론하기도 했다.

침체에서 벗어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는 한국 여자 쇼트트랙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반드시 왕멍을 넘어서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밴쿠버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shoel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