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지난 2년간 부진에 빠졌던 이승엽(34)이 부활을 향한 첫 키워드로 30홈런을 들고 나왔다.

이승엽은 9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예전에는 타율 3할, 30홈런, 100타점을 얘기했지만 올해는 30런 이상을 먼저 때리고 싶다.

타율은 0.280대 이상, 주전 1루수로 많은 게임에 나선다면 타점도 100개를 넘기겠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타격감이 떨어져 지난해 2군에 오랜 기간 머문 탓에 77경기에 출전하는 데 머물렀지만 홈런은 16개를 쏘아 올려 센트럴리그 홈런 공동 18위로 시즌을 마쳤다.

이승엽이 타율, 타점, 홈런 등 세 가지 타이틀 중 홈런에 집중한 건 '이승엽=홈런'이라는 인식을 남겨 그동안 잊혔던 존재감을 부각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 2년과 달리 올해는 개막전 출전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라는 이승엽의 말에서 알 수 있듯, 가장 자신 있는 홈런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로도 볼 수 있다.

지바 롯데에서 요미우리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2006년, 무려 41개의 대포를 터뜨려 단숨에 팀 내 4번 타자로 자리를 굳힌 이승엽은 이듬해에도 왼쪽 무릎 통증을 딛고 30개의 홈런을 날려 대표적인 홈런타자로 리그에서 인정을 받았다.

2008년에는 왼쪽 엄지손가락의 인대를 수술한 탓에 45경기에서 홈런 8방에 그쳤으나 2009년 다시 두자릿수 홈런에 복귀했다.

지난해 요미우리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때린 선수는 아베 신노스케(32개). 그러나 아베는 전통적인 홈런타자 스타일은 아니다.

아베보다 파괴력이 뛰어난 전형적인 거포 이승엽이 컨디션을 회복해 30홈런을 넘긴다면 다시 요미우리의 간판 슬러거 자리를 되찾을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미 따로 근육 훈련을 하지 않아도 힘이 넘치는 이승엽은 더 가볍게 스윙할 수 있도록 오전에는 대구 세진헬스에서 복근을 강화하는 훈련에 매진 중이다.

이어 오후에는 한 학교로 장소를 옮겨 티배팅으로 타격 자세를 완전히 잡는데 비지땀을 흘린다.

남의 도움없이 스스로 문제점을 찾고 해결책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하다.

김한수(삼성 코치), 김기태(LG 2군 감독) 등 절친한 선배들이 요미우리 코치로 힘들 때 적지 않은 힘을 줬으나 올해는 각각 소속팀으로 복귀한 탓에 이승엽은 혼자 생존경쟁을 치러야 한다.

이승엽은 "7년째 일본 생활을 하지만 '외롭다'기 보다는 '답답하다'는 측면에서 한국의 선후배들이 생각날 때가 많다.

나를 이해해주는 가족과 이겨내 보겠다.

올해는 그동안 못했던 것을 다 해본다는 각오로 후회 없이 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2년간 좋은 성적을 남기지 못한 탓에 이승엽은 "흥이 나지 않을 것 같아서" 소속팀의 우승 여행도 빠졌다.

지난해에는 가족과 미국 애리조나주에 여행을 다녀왔지만 올해는 예정됐던 제주도 여행도 건너뛰고 살아남기 위한 고독한 싸움을 진행 중이다.

2월1일부터 일본 미야자키현 선마린스타디움에서 열릴 요미우리의 스프링캠프. 극적인 드라마를 향한 이승엽의 홀로서기가 시작된다.

(대구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