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스 단장 "미팅 끝날 때까지 협상 없다" 압박

미국 프로야구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이번 시즌 중간 계투로 주가를 높인 박찬호(36)가 내년 시즌에는 어떤 팀 유니폼을 입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찬호는 지난 2일(한국시간) 전 소속팀인 필라델피아가 연봉조정신청을 하지 않아 본격적으로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뛰어들었다.

필라델피아는 박찬호에게 거액의 몸값을 지불하지 않으려고 연봉조정신청을 피한 것으로 보인다.

필라델피아가 연봉조정신청을 하고 박찬호가 이를 받아들이면 반드시 계약해야 하기 때문이다.

필라델피아를 떠난 박찬호의 진로는 8일부터 미국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시작된 윈터미팅을 고비로 조금씩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필라델피아와 박찬호는 윈터미팅 초반 협상 테이블을 곧바로 마련했고 이후에는 협상 대신 장외 신경전과 탐색전을 팽팽하게 펼치고 있다.

윈터미팅은 메이저리그의 각 구단 단장과 선수를 대신한 에이전트 등이 한자리에 모이는 행사다.

윈터미팅을 통해 각 팀은 전력보강을 위해 필요한 트레이드를 시도하고 새로운 선수도 영입한다.

필라델피아는 연봉조정신청을 하기는 했지만 박찬호의 영입에 여전히 눈독을 들이고 있다.

마무리 투수 브래드 리지가 팔꿈치 수술로 내년 초 등판이 불투명한 상황이라 마무리 투수 등 불펜진 보강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필라델피아 데일리 뉴스'도 필라델피아가 이번 윈터미팅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분야를 정하면서 마무리 보강을 첫 번째 항목으로 꼽았다.

이 매체는 "만약 필라델피아가 박찬호와 계약 연장에 실패하게 되면 브랜든 라이언(디트로이트)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박찬호와 재계약의 중요성을 비중 있게 언급했다.

실제로 필라델피아는 윈터미팅이 시작하자마자 박찬호 측과 협상테이블을 마련했다.

첫 협상에서는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했으며, 양측의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인터넷 '필리닷컴'과 인터뷰에서 '협상은 아직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양측 협상에는 돈보다 보직 문제가 더 큰 걸림돌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필라델피아 지역 언론은 루벤 아마로 필라델피아 단장이 팀 사정상 박찬호를 불펜 투수로 원한다고 전하고 있다.

반면 박찬호는 선발 투수 자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45경기에 등판해 3승3패에 평균자책점 4.43을 올리며 구위에 자신감을 얻은 박찬호는 다시 선발로 도전하려는 의욕을 드러내고 있다.

박찬호는 지난달 국내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선발로 뛸 수 있고 기왕이면 월드시리즈에 나갈 수 있는 팀'을 새로운 구단에 대한 조건으로 내걸기도 했다.

현재 협상의 주도권은 박찬호 측이 쥐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필라델피아는 올해 불펜 투수 영입에 400~500만 달러가량을 쓸 계획이라 지난해 연봉이 250만 달러(옵션 포함 최대 500만 달러)인 박찬호가 최적격이기 때문이다.

박찬호도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에 "현재 6개 팀에서 연락이 오고 있고 (내가) 매력을 느끼는 팀이 3팀이나 돼 고민"이라며 은근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아마로 단장은 박찬호, 스콧 에어 등과 계약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9일 '필라델피아 인콰이러'와 가진 인터뷰에서 "(박찬호와 에어가) 기다리기만 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선수와 계약할 수도 있다"며 "(필라델피아의 다른 투수인) 채드 더빈, 클레이 콘드리와 계약도 고려하고 있다"고 응수했다.

아마로 단장은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윈터미팅이 끝날 때까지 박찬호를 포함한 두 사람과 협상하지 않겠다고 압박하며 결별까지 시사하고 있다.

아마로 단장은 이날 MLB.com과 인터뷰에서 "필라델피아는 윈터미팅이 끝나는 11일까지 두 사람(박찬호, 스콧 에어)과 어떤 협상도 하지 않을 것 같다"며 "만약 돈이든 상황이든 두 사람에게 더 나은 기회가 있다면 두 사람은 그것을 취하면 될 것이다.

다만 우리는 여전히 이야기를 할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메이저리그 스토브리그 최대의 행사인 윈터미팅을 고비로 박찬호의 거취가 어떻게 정해질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