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생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내수중심의 성장전략과 미국 등 국제사회의 압박을 피하기 위해 중국은 내년중에 위안화 절상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18일 동양종금증권에 따르면 윌리엄 오버홀트 박사는 최근 서명석 동양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오버홀트 박사는 위안화 절상 이유에 대해 "투기적 외환 유입으로 버블이 발생하고 경제가 왜곡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투기적 외환유입을 차단하고 외환보유고 증가에 따른 운용 손실 확대를 막기 위해서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상당 기간 저금리 기조를 지속함에 따른 과잉 유동성이 중국 등 아시아 지역으로 유입되면서 자산버블이 생 길 것으로 예상된다"며 "상하이, 홍콩 등의 부동산 버블은 이미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오버홀트 박사는 "중국은 이미 과잉설비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과잉유동성이 설비투자 등과 같은 실물투자로 유입되기 보다는 대부분 부동산, 주식, 채권 등 포트폴리오 투자로 유입될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유동성이 사라지면 결국 버블은 붕괴될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투자금 회 수가 빠른 자산투자를 선호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버블은 결국 붕괴되긴 하겠지만 중국은 세계 어떤 나라보다 국가가 버블 통제를 잘 할 수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버블이 지나치게 확대되 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버홀트 박사는 전 하버드대 아시아센터 및 케네디 정책대학원 수석연구원이자 현 미국 랜드(RAND)연구소 수석연구원 겸 센터장으로, 미국 최고의 중국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오버홀트 박사는 뱅커스 트러스트(Banker’s Trust), 노무라 등과 같은 글로벌 금융기관에서 경제분석가와 투자전략가로 30여년간 활동했으며 빌 클린턴 정부 시절 대외정책 자문위원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다음은 오버홀드 박사와 서명석 센터장의 문답이다.

- 중국은 세계 3위권의 경제대국임에도 불구하고,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의 성장 모델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 중국은 두 가지 경제성장 모델을 통해 고성장을 해오고 있습니다. 첫 번째 성장동력(driver 1)은 철강, 조선, 시멘트 등 자본집약적인 중화학공업의 빠른 성장입니다. 중국 정부는 국영기업(SOE) 주도로 중화학 공업을 육성해 왔으며, 이로 인해 원자재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했 습니다. 두 번째 성장동력(driver 2)은 신발, 양말, 장난감 등 노동집약적인 경공업 제품의 수출을 통한 경제성장입니다. 일자리를 찾아 농촌 에서 도시로 이주한 이른바 농민공의 풍부하고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해 저렴한 제품들을 생산해 전세계에 수출했고, 이로 인해 이번 글로벌 금 융위기가 발생하기 전까지 전세계가 저인플레 고성장이라는 골디락스(goldilocks) 경제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중화학공업 부문의 과잉생산 및 생산성 하락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계속해서 이 부분에 대한 투자를 집중적으로 늘리고 있어 과잉설비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또한 경공업 부문은 임금상승으로 인해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생산기지가 임금이 저렴한 베트남, 스리랑카 등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 결국 정부 주도의 중화학공업 육성과 저임금에 기반한 경공업 성장에 의한 중국의 경제성장 모델은 낙후(Obsolete Model)되어 있으며 중장기 적으로 고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모델(New Model)이 필요할 것 같은데, 이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 중국이 중장기적으로 고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IT, 자동차 등과 같은 고부가가치 제조업 부문을 육성하고, 서비스 부문을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국영기업(SOE) 위주의 성장 에서 벗어나 중소기업(SME)과 사기업을 육성해야 합니다. 또한 금융시장 발전을 위해 자본시장을 자유화하고 회계기준을 강화하며, 노동자와 농민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이번 금융위기 발생 이전에 중국 정부는 위안화 20% 절상과 노동환경 개선 등을 통해 성장 모델 전환 (transition)을 위한 노력을 어느 정도 진행 중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개혁이 중단되고, 일시적으로 예전의 성장 모델로 복귀한 상태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수출이 급감하고 외국인직접투자(FDI)가 감소하자, 중국 정부는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예전의 낙후된 모델(old model)을 더 강화하는 정책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 중국의 경제성장은 정부의 정치적인 영향력을 축소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졌다고 하는데, 정부의 정치 영향력과 경제성장 사이에 정치적인 딜 레마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 등소평은 경제성장을 위해 농촌일자리 정부통제 폐지 등과 같은 농촌개혁을 통해 농촌에 대한 정치적인 영향력을 축소했고, 주룽지는 경제 성장을 위해 기업개혁을 통해 도시에 대한 정부 영향력을 축소시켰습니다. 그런데, 현 지도자들은 시장 효율성을 높이기 보다는 정부 통제를 선호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시장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자본시장을 자유화하느냐 혹은 예전처럼 정부규제를 유지하느냐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습니다. 하지만,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자본시장에 대한 통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중국의 미래를 보려면, 한국의 과거를 보시면 됩니다. 등소평은 우리나라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정책을 실시해 성공했습니다. 중국 정부 관료 들은 지도자들이 경제성장을 잘 뒷받침하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내는 현명함을 갖추고 있어 중국의 장기적인 성장 전망은 매우 밝다고 봅니다.

그리고 중국 경제가 효율성을 높이고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국영기업 감원, 민간기업 육성 등 정부의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이번 금융위기 시 중국 정부의 대응은 미국, 한국과 더불어 매우 적극적이었으며 그 결과 또한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 니까?

▶ 중국 정부는 4조 위안 규모의 대규모 재정정책을 다른 국가들보다 훨씬 과단성 있게 실행했습니다. 정부의 빠르고 적극적인 대응으로 중국 경제는 8% 대 경제성장률을 회복했습니다. 정부 주도에 의해 은행대출이 급증했고 이로 인해 증시가 반등하고, 주요 도시들의 부동산 가격은 금융위기 이전 수준 이상으로 회복되었습니다.

정국 정부는 국토의 균형 성장을 위해 재정지출을 내륙지방 성장에 많이 배분 했으며, 내륙지방 개발 정책은 매우 성공적입니다. 내륙의 충칭 및 다른 지역들이 15% 이상의 고성장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또한 중국 정부는 리만 브라더스 파산 이후 위안화 약세로 인한 외국인 핫머니(hot money) 이탈을 막기 위해 위안화를 달러에 고정(re-peg)시켰고, 이로 인해 중국 위안화는 글로벌 통화 대비 절하된 상황입니다.

- 정부 주도의 경제회복에 따른 부작용도 있을 거 같은데, 어떤 점이 있을까요?

▶ 첫 번째 질문에서 말씀 드린 것처럼 금융위기 이후 낙후된 경제성장 모델로 다시 회귀하면서 과잉설비 문제가 아직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산업 부문에서 제품가격 하락 현상(디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과잉유동성에 의해 부동산 등 자산가격은 상승하는 반면, 상품가격 은 하락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부는 모든 부동산 개발업체들을 구제(bail-out)해 주었고, 이로 인해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이번 금융위기로부터 전혀 교훈을 얻지 못 했습니다. 위기가 오면, 정부가 또 다시 구제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다시 부동산 투자는 활기를 띠고 있으며 부동산 버블이 재발하고 있습니다 . 일부 업체들은 도산하게 내버려 뒀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정부의 정책적 실책이라고 생각됩니다.

또한 경제적 타당성이 떨어지는 정부 주도의 대형 프로젝트들이 진행되었고 이로 인해 수년 후 은행들의 부실자산(NPL)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부가 은행들에 대출 쿼타(quota)를 할당하자, 대형은행들은 은행들 간에 대출(fake loans each other)을 통해 대출 쿼타를 충족시켰 으나 지방 중소형은행들은 부실대출 증가로 향후 타격을 입을 것입니다. 따라서, 중소형은행들의 부실자산(NPL) 증가에 따른 부실화가 우려되 지만 은행기능을 잃을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을 전망입니다.

- 중국의 빠른 경제회복으로 인해 아시아 지역의 경제가 특히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데, 중국의 경제 회복이 세계경제에 미친 영향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 중국이 재정정책을 통해 자원집약적인 중화학공업 부문에 대한 투자를 증가시킴에 따라 중국의 원자재 수요는 크게 증가했고, 이로 인해 자 원 부국들의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었습니다. 금융위기 시 남미와 아프리카 국가들이 가장 타격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나, 중국의 원자재 수요로 인해 이번 금융위기에서는 위기를 비교적 쉽게 모면할 수 있었습니다. 중국의 원자재 수요 덕분에 특히 아시아에서는 인도네시아, OECD 국가들 중에서는 호주가 가장 빠르게 회복되었습니다. 또한 IT부문도 빠르게 회복되면서, 한국 및 대만경제도 빠르게 회복되었고, 독일 경제조차도 중 국의 미국 수요 대체로 인해 회복되고 있습니다.

- 중국의 성공적인 위기 관리는 중국이 일본을 대신해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과의 핵심파트너가 되었으며, 향후 국제정치의 재편도 가속화될 것 으로 기대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중국의 협조적인 외교정책과 경제적 위상은 중국의 글로벌 역할을 강화했으며, 아시아에서 미국의 핵심파트너로 부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최근 주요 글로벌 이슈 논의에서 미국과 중국 G2 형태의 양강 구도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G2라는 용어를 사 용하지는 않지만, 사실상 중국은 이번 금융위기로 인해 미국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가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의 원자재 수요는 브라질 및 라틴 아메리카, 호주, 인도네시아, 다수의 아프리카국가들을 금융위기로부터 구했고, 이로 인해 중국 의 국제사회 위상은 크게 상승했습니다. 또한 이번 금융위기로 큰 타격을 입은 대만도 중국의 도움으로 회복되었고, 이로 인해 중국과 대만 사이의 관계도 군사적 대립 관계에서 경제협력 관계로 전환되었습니다.

반면 미국은 지정학, 통화, 경제적인 측면에서 헤게모니를 상실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경제는 빠른 회생력을 가지고 있으며, 일본과 유 럽에 비해서는 그 영향력을 증가시켜 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달러가치가 폭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일본의 경제적, 정치적 위상이 지속적으로 약화되는 것은 결국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대미외교에만 치중했던 일본의 외교정책 실패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정부의 부동산 개발업체 구제, 정부 주도의 은행대출 급증, 글로벌 과잉유동성 등으로 인해 중국의 부동산 및 자산 버블 우려가 발생하고 있 는데 어느 정도 심각하다고 생각하십니까?

▶ Fed가 저금리 기조를 상당 기간 지속함에 따른 과잉유동성이 중국 등 아시아 지역으로 유입되면서 자산버블이 생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상하이, 홍콩 등의 부동산 버블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국은 이미 과잉설비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과잉유동성이 설비투자 등과 같은 실물투자(real investment)로 유입되기 보다는 대부분 부동산, 주식, 채권 등 포트폴리오 투자로 유입될 것이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투 자자들은 유동성이 사라지면 결국 버블은 붕괴될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투자금 회수가 빠른 자산투자를 선호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외국인들의 중국에 대한 환상(저임금 노동력이 풍부)이 깨져 노동력이 저렴한 베트남, 스리랑카 등으로 생산기지가 이전되고 있기 때문에 중국으로 유입되는 대부분의 FDI는 실물투자보다는 자산투자 형태를 띌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중국기업들은 생산보다 부동산, 증시, 원자재, 사모펀드 등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과잉설비로 인해 제품가격은 하락하 고 있으나, 유동성에 의해 자산가격은 상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 정부는 부동산 과열을 막기 위해 은행대출 축소와 은행지준율 인상을 통해 통화정책 긴축을 이미 어느 정도 실행 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버블은 결국 붕괴되긴 하겠지만, 중국은 세계 어떤 나라보다 국가가 버블 통제를 잘 할 수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버블이 지나치게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동양종금증권 리서치센터는 내년 상반기 중 중국이 위안화를 절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박사님은 중국의 위안화 절상 가능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중국은 미국 등 선진국의 소비회복이 여전히 취약하기 때문에 내수중심의 성장전략을 통해 과잉생산 문제를 해결할 수 밖에 없으며, 내수를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위안화 절상이 필요합니다. 또한 미국 등 국제사회의 압박을 피하기 위해서도 위안화 절상은 내년 중에 이루어질 것입니다.

이 외에 2가지 내부적인 이유로 위안화 절상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우선 투기적 외환 유입으로 버블이 발생하고 경제가 왜곡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중국 정부는 투기적 외환유입 차단을 위해 위안화 를 절상시킬 것입니다. 두 번째로 중국은 외환보유고 증가에 따른 운용 손실 확대를 막기 위해서 위안화를 증가시킬 것입니다. 중국의 외환보 유고는 급증했으나,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지속적으로 운용 손실이 발생해 여론의 비난과 질책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외환보유고가 현 수준에서 더 증가할 경우, 운용이 더 어려워져 운용손실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 중국의 장기적인 경제성장 원동력은 결국 내수의 확대, 그 중에서도 가계소비를 확대해야 할 것 같은데, 중국 정부는 가계소비 확대를 위해 어떤 정책을 수립했으며, 이 정책들이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많은 사람들이 깨닫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데, 사실 중국은 이미 내수 부문이 성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2007년 성장률은 전년대비 13%였는데, 이 중 순수출 기여도는 3.3%p에 불과한 반면 내수의 기여도는 9.7%p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내수에서 정부지출과 총고정자본형성 의 비중이 높고, 가계소비의 비중은 아직 낮다는 점입니다. 미국은 가계 소비가 GDP의 70%인 반면, 중국은 35%에 불과합니다. 가계소비의 비중 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향후 가계소비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중국 가계의 저축률이 높은 가장 큰 이유는 소득대비 교육비 지출 비중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 밖에 건강보험, 연금, 실업수당 등 사회보장 시스템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은 점도 중국인들의 저축률이 높은 이유입니다. 중국 정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무료교육을 확대하고 매년 사회보장 시스템 관련 예산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교육 및 사회보장 개선을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개선되기 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중국 정부는 가계소비를 부양하기 위해 농민에 대한 세금 감면 등 농민들에 대한 다양한 지원을 통해 소득증가 및 소비확대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부의 소비 확대를 위한 정책을 통해 가계소비는 점차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며, 결국 가계소비 증가에 의한 내수성장은 장 기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역사는 아시아에서 일본이 가장 먼저 개방정책을 취하도록 했고, 현재도 개방적 금융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중국도 제조업 부문은 적극 적 개방정책을 취하고 있습니다만, 금융시장에 대해서는 엄격한 통제를 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향후 개혁을 통해 자본시장을 개방하게 된다면, 상해가 도쿄와 경쟁할 수 있는 금융국제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사실 홍콩은 이미 도쿄보다 더 발달한 금융도시이고, 아시아 지역의 금융허브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홍콩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주식, 채권 등의 트레이딩이 다양한 통화(multiple currency)로 가능한 곳입니다. 홍콩은 현대적인 법률 제도를 갖추고 있으며, 영어 문화권에 속해 있습니다.

중국 본토에서 금융시장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외환교환이 자유롭게 이루어지고, 공산당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독립적인 법률 시스템이 필요 할 것입니다. 증시 상장을 위해서 양호한 기업실적과 같은 객관적인 지표보다 공산당의 라이센스 발급이 필요한 상황에서 투명성과 신뢰성이 필요한 금융산업이 발전하기는 어렵습니다.

중국은 이미 홍콩이라는 아시아 지역 금융허브(financial hub)를 갖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상하이는 글로벌 기업들의 비즈니스 허브(business hub)로 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상하이가 국제적인 도시(cosmopolitan city)이고 외국인들에게 개방적이기 때문 에 도쿄 보다는 금융 부문의 성장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 최근 중국의 원자재 수요가 증가하면서 중국의 원자재 수요가 원자재 가격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중국의 성장이 원자재 가 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 중국의 원자재에 대한 강력한 수요는 원자재 가격 상승을 유발하겠지만, 이로 인한 원자재 가격의 급등 또는 에너지 자원 부족에 대한 우려는 현실화 될 가능성 낮다고 생각합니다. 중국 정부는 그 동안 에너지에 대한 투자 규모가 적었으나, 최근 에너지 사용을 효율화하고 에너지원 을 다변화하는 데 투자를 늘리고 있습니다. 중국의 에너지 사용 효율성은 일본에 비해 9배나 낮은 수준인데, 개선 여지는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중국은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고 투자를 증가시키고 있습니다. 중국의 자동차 에너지효율 기준은 이미 유럽 수준으 로 미국보다 더 까다로운 수준입니다. 따라서, 중국의 에너지 효율화 노력으로 인해 장기적으로 원자재 수요는 감소하게 될 것이고, 원자재 가 격 급등을 유발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세계 에너지 자원을 독식하려 한다고 우려하나, 사실상 중국이 보유한 에너지 자원은 5%에 불과하고 그것마저도 리스크가 높은 국가들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반면 미국은 약 30%, 유럽은 그 이상의 에너지 자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 중국의 경제성장과 국제사회의 위상 상승이 우리나라에 주는 시사점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 중국은 자원, 기술, 유통 부문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글로벌 브랜드를 육성하기 위해 해외직접투자(FDI)를 확대할 것입니다. 따라서, 한 국기업들은 중국 중소기업들과 제휴하고, 중국자본을 활용할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 대만은 현재보다 훨씬 강력한 한국의 경쟁 자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왜냐하면, 사실상 중국과 대만은 하나의 시장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만은 현재 에이서(Acer)외에 유명한 브랜드가 없지만, 앞으로는 새로운 유명 브랜드들을 다수 개발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 중국과 일본 두 국가의 주요 차이점들을 비교해 주시겠습니까?

▶ 우선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요가 감소한 상황에서 중국은 내수 비중이 높아 수출주도 성장에 의존하는 일본보다 훨씬 나은 상황에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 경제성장률이 일본에 비해 훨씬 빠른 것은 일본보다 훨씬 개방적인 경제이기 때문에 일본 보다 경쟁이 치열하고,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이 훨씬 빠르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수출 제품은 자동차, IT, 비디오게임 등 일부 섹터에 한정된 반면, 중국 수출품은 매우 다변화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중국은 하이테크,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등을 통한 성장잠재력이 높아 중국의 성장 가능성이 일본에 비해 훨씬 높습니다. 일본은 금리인하의 여지가 없지만, 중국은 금리가 4.5% 수준에 불과해 금리인하를 통한 통화정책 여력이 풍부합니다. 또한 중국은 정부부채가 적은 반면, IMF에 의하면 일본의 정 부부채는 내년 연말에 GDP대비 224%까지 증가할 전망입니다. 따라서, 일본은 재정정책의 여력도 없는 반면, 중국은 풍부합니다.

이번 금융위기 이후 중국은행들은 재무상태가 좋아 대출을 빠르게 증가시킬 수 있었던 반면 일본은행들은 재무상태가 좋지 않아 대출에 대해 매우 보수적인 태도를 취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은행지분 매입을 통해 은행들의 재무상태를 건전화시키고, 은행 들의 기업 지분 매입을 위한 자금을 제공함으로써 은행과 기업들의 재무상태를 개선시켰습니다. 이로 인해 일본은행들의 재무상태가 좋아졌었 지만, 증시에 대한 노출도가 높아 증시폭락으로 다시 은행 재무상태는 악화되었습니다.

정치적으로 볼 때, 중국 정부와 지도자들은 경제개혁에 적극적이고 문제가 있으면 해결책을 찾지만, 일본은 경제개혁에 소극적입니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일본과의 외교적 관계에 회의를 느낀 미국도 이번 금융위기 이후 아시아의 핵심파트너로 일본이 아닌 중국을 선택했습니 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중국과 일본의 상반된 대처로 인해 향후 중국의 역할은 빠르게 증가하는 반면, 일본의 역할은 빠르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 마지막으로 일본의 전반적인 경제 및 정치 상황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 금융위기 초기에는 일본은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일본은행들은 미국 및 유럽은행들과 달리 미국의 모 기지 관련 부실자산에 대한 노출이 크지 않았고, 최근 기업과 은행의 자본확충을 통해 재무건전성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일본은 중국과 달리 수출 의존적인 경제인데, 엔화 절상과 수요감소로 수출이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또, 일본 은행들은 정부의 은행 지분 매입에 의한 자본확충을 통해 재무상태 개선되었었지만, 금융위기에 따른 증시 폭락으로 인해 다시 재무상태가 악화되면서 대출 여력이 낮아졌습니다.

그리고, 일본 경제는 저금리 통화(엔화)에 의존적인 경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저금리로 대출이 용이하기 때문에 기업경쟁력이 저하되고,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또한 일본 국채시장은 세계역사상 가장 큰 버블에 직면해 있습니다. 일본 국채의 리스크 프리미엄(CDS Premium)은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엔화가치는 절상되는 다소 기이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으나, 펀더멘탈을 반영할 경우 장기적으로 엔화 가치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합니다.

중국 정부가 경제성장 및 개혁에 적극적인 반면, 일본은 정부와 야당 모두 개혁에 무관심하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그리고, 하토야마 총리 하에서 일본의 몰락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의 승리는 일본인들이 민주당을 지지했다기 보 다는 자민당을 반대했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은 자민당 보수파, 구사회주의자, 이상주의적 젊은 계층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로 구성되어 있어 정책의 일관성이 없습니다. 또한 하토야마는 세계화가 반드시 필요한 시점에 세계화를 반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고이즈미가 추진하던 개혁에도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