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인민회의, '내치'성 조직개편

`김정일 3기 체제' 출범을 알린 9일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2기 1차 회의 결과가 남북관계에 던지는 시사점에 관심이 쏠린다.

많은 전문가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매제인 장성택 당 행정부장의 국방위원 진입, 국방위원회의 위상 강화 등 주요 회의 결과들이 김정일 체제의 안정화 및 후계구도와 관련된 기반 확보 등 주로 북한의 `내치'와 관련돼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남북간 경제협력 사업을 담당하던 민족경제협력위원회(민경협)의 정운업 전 위원장이 비리혐의로 낙마해 공석임에도 새로 위원장을 임명하지 않고 이 기구를 내각에서 제외한 것은 향후 남북관계 개선 전망에 비춰 긍정적이지 않은 신호라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이 작년 대남 경제협력을 통합관리해온 내각 산하 민경협을 폐지하고 민경협 산하 민족경제연합회(민경련)를 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로 옮기는 등 대남 경협기구와 조직을 축소.개편했다는 소문이 제기됐는데, 이번 회의 결과는 그 소문에 근거가 있었음을 입증해준 것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북한 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10일 "2004~5년께 국내외 보수층에서 북한 군부가 실질적으로 대남 경협사업을 관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자 북은 그게 아님을 보여주기 위해 내각에 장관급 조직으로 민경협을 만들었던 것"이라며 "민경협 창설은 남북경협을 공식화한 상징적 의미가 있었는데, 내각에서 뺀 것은 북이 남북 경협 확대에 별 뜻이 없음을 보여준 것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또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전체적인 북한의 대외경제에서 대남 부분들이 차지하는 위상과 기능이 남북관계 악화 이후 계속 줄어왔던 현실을 반영하는 것은 물론 현시점에서도 장기적 남북관계 악화를 예측한데 따른 것으로 본다"며 "남북관계가 조만간 개선될 가능성이 크지 않음을 보여주는 듯 하다"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많은 전문가들은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의 북미협상 전개 과정에서 남북대화의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는 한 남북간 냉각기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하고 있다.

동국대 김용현 교수는 "북한은 로켓발사와 최고인민회의 개최 등 주요 국내 일정을 마무리한 만큼 로켓 발사에 따른 냉각기가 지나고 나면 대미 등 대외관계에서 유연성을 발휘할 여지를 갖게 될 것"이라면서 "그러나 대남 측면에서는 `통미봉남'의 흐름을 상당기간 더 유지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또 양무진 교수는 "미국에서도 다음 달 정도면 억류된 여기자 2명의 석방 문제 등을 북한과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 것이고, 그 와중에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 재검토가 마무리될 것이기 때문에 북.미 대화 분위기가 5월초에 초보적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며 "북.미간의 대화가 나름대로 성과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남북관계는 진전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이어 "정부는 남북관계의 추가 악화를 피하는 한편 일관된 대북 메시지를 유지하면서 대화 재개의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