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의 58개 상장사가 퇴출 위기에 몰려 상장폐지 기업 수가 사상 최고를 기록할 전망이다. 경기 악화로 기업들의 자구노력도 힘들어 감사보고서 제출 뒤 퇴출 사유를 해소한 정정보고서를 제출하는 사례도 크게 줄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에서 퇴출 위기에 몰린 기업은 58개에 달한다. 감사보고서상으로 퇴출 사유에 해당된 기업이 52개에 달하며,올해부터 시행된 상장폐지 실질심사 여부를 심의 중인 종목도 7개나 된다. 자본전액잠식으로 인해 퇴출 사유가 발생한 트리니티는 3분기까지 3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35억원으로 급증한 데 따라 실질심사 여부도 가리고 있어 두 경우 모두 해당됐다.


실질심사 관련 기업 가운데 뉴켐진스템셀(옛 온누리에어)은 이미 4분기 매출 이상급증에 대한 실질심사위원회 심의 결과 상장 폐지에 해당된다는 판정을 받았으며,횡령 · 배임 혐의가 발생한 트라이콤은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된 상태다.

회계법인이 계속기업으로서 존속능력이 불확실하다거나 감사 범위가 제한됐다며 감사의견을 거절한 기업들은 이날 공시한 그랜드포트 자강 등을 포함해 모두 23개 기업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매출이 30억원에 못 미치며 퇴출을 앞둔 곳은 신지소프트 삼성수산 등 5개였다. MTRON 등은 최근 2사업연도에 각각 자기자본 50% 초과 법인세비용차감전 계속사업 손실을 나타내며 퇴출 위기에 몰렸다.

자본전액잠식 및 자본잠식률 50% 이상,자기자본 10억원 미만 등 자기자본이 줄어들어 상장을 유지하기 힘들어진 기업은 엘림에듀 등 모두 43개에 달했다. 이들 가운데 감사의견 거절이나 대규모 손실 등 상장폐지 사유가 추가로 발생한 곳은 28개나 됐다. 횡령 · 배임 혐의가 발생한 유니테스트지이엔에프 등은 실질심사위원회 회부 여부를 심의 중이다.

블루스톤 모빌링크 등 12개사는 감사보고서를 이날까지 제출하지 않은 상태여서 퇴출대상 기업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기 탓에 기업들이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퇴출 위기에 내몰린 기업 수가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엔 유가증권시장으로의 이전을 위해 코스닥 상장을 폐지한 NHN 등 4개 기업을 포함해 상장 폐지된 기업 수가 23개였으며,2006년엔 10개,2007년엔 7개에 불과했었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경기한파에 따라 재무 한계에 도달한 기업들이 많이 쏟아졌다"며 "유상증자와 같은 자금조달 창구가 막히며 기업들의 자구이행 노력이 불가능해진 데 따른 결과"라고 말했다.

예년 같으면 12월 말 기준 자본잠식 등을 보고한 기업들이 곧바로 증자 등을 통해 상장폐지 사유를 해소했다고 정정공시를 내곤 했지만,올해는 씨엔씨테크네오리소스 두 곳만이 자본잠식률 50%를 해소했다며 정정공시했다. 두 회사는 적정하게 상장폐지 사유를 해소했는지를 가리기 위해 거래소에서 실질심사 여부를 심의 중인 상태다.

법정 제출기한인 31일까지 퇴출 사유를 해소할 경우에도 적정하게 이뤄졌는지를 검토해 실질심사위원회 대상인지를 따지게 됨에 따라 상장 폐지를 모면하기 위해 일시적인 자본납입 등의 미봉책을 쓰는 것도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특히 자본항목이 아닌 매출이나 손실과 관련한 기업들의 경우 자구이행이 사실상 불가능해 퇴출을 피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