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패혈증을 유발하는 면역반응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하는데 성공,새로운 패혈증 의약품을 개발하는데 기여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지오 KAIST 화학과 교수(44) 연구팀은 박테리아와 결합해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면역수용체인 'TLR4-MD-2' 단백질과 패혈증을 유발하는 박테리아 내독소(LPS · 세균의 세포막에 존재하는 분자로 강한 독성을 나타내는 선천성 면역반응을 일으킴)가 결합한 복합체의 분자 구조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1일 발표했다. 이 연구 결과는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최신호에 게재됐다.

박테리아,곰팡이,바이러스 등과 같은 미생물 감염은 여러 가지 질병의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심각한 경우 생명까지도 위협한다. 하지만 우리 몸은 미생물 감염에 대해 방어 작용을 하는 강력한 면역체계를 갖고 있는데 미생물에서 유래된 각종 물질들은 면역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면역수용체 단백질들에 의해 인식되고 그 결과로 다양한 면역반응이 일어나게 된다.

'TLR4-MD-2' 단백질은 대표적인 면역수용체로 박테리아 표면에 존재하는 내독소와 결합해 면역반응을 일으킨다. 정상적인 경우 이 단백질에 의한 면역반응은 감염에 대한 인체 방어 작용을 수행하지만 과도한 활성화로 지나친 면역반응이 발생하면 패혈증을 일으키게 된다. 패혈증은 높은 발병률과 사망률을 갖는 질병으로 장기 손상 및 쇼크를 유발할 수 있다. 특히 패혈증은 병원 중환자실에서 심장질환을 제외하고는 가장 사망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면역세포에 존재하는 TLR4-MD-2 단백질과 박테리아 내독소가 결합되어 있는 복합체의 분자 구조를 최초로 규명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박테리아 내독소가 어떤 방식으로 'TLR4-MD-2 수용체'에 결합하는지를 밝히고 내독소가 'TLR4-MD-2 수용체'를 활성화시키는 발병 메커니즘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내독소와 'TLR4-MD-2 복합체'의 구조분석을 통해서 현재까지 알려진 패혈증 치료제들의 작용기전을 좀 더 명확히 알 수 있게 됐으며 이를 기반으로 조금 더 개선된 치료제 개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김영준 연세대 생화학과 교수(49)는 개체마다 환경 적응력이 다른 것이 후성유전학적(epigenetic)으로 조절되는 유전자 발현의 차이 때문이라는 사실을 규명,이를 네이처 자매지인 '네이처 지네틱스(Nature Genetics)' 최신호에 게재했다.

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