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선진국들도 이미 자본시장을 통합해 금융산업을 발전시켜왔다. 미국과 영국은 은행과 증권업무의 경계를 아예 없앴고,호주와 일본 등의 경우엔 은행업무 등을 제외한 자본시장 업무를 통합한 점이 특징이다.

◆미국=1934년 제정된 증권거래법(Securities Exchange Act)과 1940년에 생긴 투자자문업자법(Investment Advisers Act)에서부터 원칙적으로 증권업과 자산운용업의 겸업을 제한하지 않았다. 다만 루스벨트 행정부 시절인 1933년에 제정된 '글래스-스티걸 법'(glass steagal Act)에선 은행과 투신 업무를 엄격하게 분리해 왔지만,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0년대에 이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1999년에 '그램 리치 브릴리법'(Gramm Leach Bliley Act)이 제정되면서 은행과 증권, 자산운용업 사이의 벽이 완전히 사라졌다. 창의적인 상품개발과 자유로운 투자 행위가 가능해진 것이다.

그러나 증권업과 자산운용업을 함께 겸영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이해상충이나 내부자거래의 위험성을 감안해 증권거래법과 투자자문업자법 내에서 관련 규제를 꾸준히 만들어왔다. 펀드를 불공정하게 판매하는 경우도 역시 규제대상이다.

2003년 증권업을 주로 하는 모건스탠리DW가 모건스탠리 그룹의 펀드만을 대상으로 판촉행사를 벌였다는 점을 들어 200만달러에 달하는 민사제재금을 부과받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내부자거래를 방지하기 위한 '차이니즈 월(정보차단벽)'도 미국에서 유래된 개념이다. 1960년대 말 메릴린치가 '더글라스항공'이라는 회사의 증권 공모에 주관사로 참여했는데 이 회사의 주식이 하락할 만한 미공개 정보를 취득하자 이 정보를 판매 부서로 넘겨준 데 따른 조치에서 비롯됐다.

◆영국 · 호주=우리의 자본시장통합법과 유사한 법률은 주로 불문법을 기초로 하는 국가에서 시작됐다. 영국은 1986년 자본시장통합법을 시작으로 2000년 통합금융법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와 은행 사이의 칸막이가 철폐된 '유니버설 뱅크'(Universal Bank) 시스템이 구축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추세는 영연방 국가인 호주로 넘어간다. 호주는 2001년 금융서비스개혁법을 통과시키고 우리의 자통법과 유사한 체제의 금융산업을 발전시켰다. 금융서비스개혁법이 나타나기 전까지 영국은 미국의 법률을 따라 증권과 선물에 대한 규제를 분리했었다. 이에 따라 새로운 금융상품이 등장하지 못한다고 판단한 호주 정부가 1996년부터 이 법안을 준비해 2001년 통과시킨 뒤 2년간의 유예 기간을 거쳐 2004년부터 전면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이 법의 가장 큰 특징은 기능을 중심으로 포괄적으로 정의된 금융상품을 만들고,금융업자의 영업행위에 대한 규제를 일원화하는 것이다.

금융업자에 대한 인허가 관련 문제를 통일하고 소비자에 금융 서비스 제공업체에 대한 정보를 대폭 강화해 투자자 보호에 나서는 식이다.

다만 미국 영국과 다소 차이가 있다면 호주는 은행 증권 등을 통합해 금융업 전체를 하나로 묶는 것이 아니라,은행 · 보험을 제외한 증권 · 선물 · 자산운용 등 자본시장을 통합했다는 점이다. 금융상품에 대한 정의도 우리와 비슷한 '포괄적 열거주의'(네거티브시스템)를 도입해 다양한 상품 출현이 가능하게 했다.

◆일본=2007년 9월 '금융상품거래법'을 도입했다. 1996년 당시 하시모토 총리가 '일본판 금융빅뱅'을 선언한 이후 논의가 시작된 지 10여년 만의 일이다. 금융상품거래법은 1948년에 제정돼 일본 자본시장의 기본법 역할을 하던 증권거래법을 기본으로 주식 채권 및 투자신탁의 수익증권 등의 유가증권뿐 아니라 보다 폭넓은 금융상품을 규제대상으로 했다. 일본도 '금융상품거래업'이란 이름으로 증권업 금융선물거래업 상품펀드판매업 증권투자고문업 투자신탁위탁업 투자법인자산운용업을 묶은 것이다.

일본판 자통법도 전문투자자와 일반투자자를 구분해 규제완화와 투자자보호를 동시에 노리고 있다. 우리의 전문투자자에 해당하는 '특정투자자'에는 적격기관투자가 국가 일본은행 및 투자자보호기금 등이 포함됐다.

투자자 보호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으로는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가 꼽힌다. 적합성 원칙은 고객의 지식,경험,재산 상황에 비춰 부적합하다고 인정되면 권유를 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으로 우리나라 자통법에 도입된 투자자 성향 파악과 유사하다.

문혜정/김재후/조재희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