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民訴 아닌 行訴"…대법 파기이송 후 첫 판결
"전기요금 방송수신료 통합징수는 `OK'"

전기요금과 방송 수신료를 통합해 고지ㆍ징수하는 것은 정당하지만, 수신료 체납을 이유로 전기 공급을 중단하면 안 된다는 행정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는 대법원의 파기이송 결정을 거친 첫 판결로, 수신료를 둘러싼 해묵은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지 상급심의 판단이 주목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성지용 부장판사)는 신모 씨 등 TV 수상기 보유자 10명이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방송 수신료 통합징수 권한 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수신료 통합징수 분쟁은 수년 전 지방의 한 법원에 접수된 이래 민사소송의 형태로 다뤄졌고 1ㆍ2심 재판부는 "통합 징수 이전보다 징수율이 향상되고 비용은 절감되는 효과가 발생했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대법원은 "수신료 부과는 공권력 행사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은 민사소송이 아닌 공법상의 법률관계를 대상으로 하는 행정소송에 해당한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행정법원으로 넘겼다.

신씨 등은 "통합징수는 방송법에서 위임된 범위를 넘어선 것이고 수신료를 체납했다는 이유만으로 생존에 필수적인 전기 공급까지 차단되는 것은 모순"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통합징수에 따른 편익이 훨씬 크다는 점에 주목해 일단 한전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수신료가 월 2천500원으로 비교적 소액이고 분리 고지를 요청하면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등에 대해 감면 조치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통합징수로 제한되는 재산권보다 징수율 향상에 따른 공영방송의 안정적 재원 확보 등 그 이익이 더 커 적법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반면 "한전의 수신료 징수 업무는 납부통지일 뿐이므로 수신료 체납에 대한 강제징수를 본래 업무와 결부시켜서는 안 된다"며 "수신료 체납을 이유로 전기 공급을 거부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수신료를 내지 않으면 결국 전기요금을 체납한 것으로 처리돼 단전될 우려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 "절차를 거쳐 분리가 가능하므로 결국 수신료 납부를 간편하게 거부할 권리가 제한되는 것뿐인데 이는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거의 없다"고 명시했다.

이 밖에 통합징수가 법률에 위임된 범위를 넘어선 행위라는 주장은 방송법에서 한국방송공사(KBS)가 수신료 징수 업무를 위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