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만 < 커리어케어 대표 >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기업들이 대책 마련에 부산하다. 내로라 하는 대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연봉을 삭감하고 인력을 줄이고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겨울 준비만으로 과연 새 봄에 순조로운 출발이 가능하겠느냐'하는 점이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CEO를 교체한 코스닥 상장 기업은 지난해 317개사에서 올해 339개사로 증가했다. 작년부터 CEO가 3차례 이상 바뀐 회사가 133개에 이른다. 경영권이 시도 때도 없이 바뀌고 있으니 기업들이 장기적 안목으로 시장 변화에 대처하고 불황에 대비하길 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다.

경기 침체는 기본적으로 기업의 인력 수요를 감소시킨다. 그러나 CEO와 임원의 교체 수요는 오히려 키우고 있다. 경영 부실의 책임을 묻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최고경영자를 포함한 주요 경영진의 교체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특히 경영자의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는 중소 벤처기업의 경우 경영진을 바꾸지 않고는 새로운 시도를 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사람만 바꾸는 게 능사는 아니다. 많은 중소 벤처기업들이 영업활로를 뚫기 위해 대기업 임원을 영입한다. 그러나 어렵게 영입한 대기업 출신 임원들이 들어와서 하는 일은 대개 인력을 충원하고 시스템을 정비하고 품질을 개선하는 것이다. 아무리 대기업 임원이라 해도 브랜드와 인재,그리고 효율적 시스템 없이는 성과를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런 일들은 모두 비용을 쓰는 일이어서 주변의 시선이 고울리 없다. 대기업 출신 임원들이 중소 벤처기업에 안착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업이 성과를 내려면 책임자와 함께 직원과 시스템 등이 동시에 바뀌어야 한다. 또 새로 들어온 임직원과 시스템 기반 위에 성과를 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중소 벤처기업의 현실에서 이런 비용과 시간을 요구하는 것은 사치처럼 보인다.

조급증은 기업경영을 매우 위태롭게 한다. 지금 아무리 상황이 어렵더라도 축소와 절감에 급급해서는 안 된다. 겨울나기 준비를 하되 봄맞이 준비를 함께 해야 한다. 특히 인력을 줄이고 조직을 축소할 때는 그동안 인재를 채용하고 조직을 구성할 때 얼마나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였는지 한번 더 생각해야 한다.

시장은 변화무쌍해서 겨울에 이어 다시 오는 봄은 과거의 봄과 같지 않다. 더구나 경쟁자들은 새 봄을 맞기 위해 겨울 전부터 치밀한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준비 없이 봄을 맞으면 봄은 왔지만 기다리던 봄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사람을 무조건 줄이고 사업을 축소하는 게 해법은 아니다.

새 봄에 회사 성장 발전의 기반이 될 핵심 사업은 유지해야 하고 핵심 인력은 남겨둬야 한다. 아니 단순히 유지하고 남겨두는 수준이 아니라 오히려 보강하고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