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진행 반발한 검찰 퇴정으로 구형 못해

2년 가까이 진행돼온 `외환은행 헐값매각' 사건의 1심 선고공판이 24일 열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규진 부장판사)는 10일 외환은행 헐값매각 사건으로 기소된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과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 등에 대해 24일 선고한다고 밝혔다.

변 전 국장은 최후 진술에서 "정부 관료의 책무는 위기를 예방하고 조기 진압하는 것이며 지금도 외환은행 매각은 잘한 일이라 생각한다"며 "훌륭한 신하가 떳떳하게 일하도록 판결해달라"고 말했다.

이 전 행장도 "부실로 인해 임직원이 길거리로 나가는 것을 막고 주식의 자본 가치를 증대시키기 위해 경영권을 양도한 것"이라며 "같은 상황이 되면 같은 일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진술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추가로 증거를 신청하며 변론 종결을 미뤄달라고 요청하는 검찰과 이를 수용하지 않는 재판부 사이에 승강이가 벌어져 결국 검찰이 구형 의견 없이 퇴정하는 등 파행을 겪었다.

재판부는 앞서 지난번 재판에서 이날 변론을 종결할 예정임을 검찰과 변호인 측에 알렸지만 검찰이 일부 증인들에 대한 재신문을 요청하자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22개월간 86차례 공판을 열어 충분히 심리를 했고 (이렇게 길어지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며 "재판 진행은 재판부의 전권이고 합리적인 진행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주에 검찰에 논고를 준비하라고 말했고 핵심 증인에 대한 신문은 다 했다.

당시 증언으로 입증이 됐다고 판단해서 검찰의 재신청을 채택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증거조사를 마치고 검찰에 구형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줬지만 검찰은 "결심을 확정적으로 예상하지 못했다"며 한 번 더 재판을 열어 달라고 요청하면서 승강이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재판부가 "(구형) 의견 진술이 없는 것으로 알겠다"면서 피고인에게 최후 진술 기회를 줬고 검사는 "핵심 증거를 보지도 않고 한두 번 재판을 더 못하는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맞서며 퇴정했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상 개정 후 재판부 허가나 동의 없이 검사가 퇴정해도 재판은 진행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며 검사석이 빈 채로 재판을 이어갔다.

검찰은 변 전 국장 등이 2003년 론스타 측과 결탁해 고의로 자산을 저평가하고 부실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정상가보다 최소 3천443억 원에서 최대 8천252억 원 낮은 가격에 외환은행을 매각했다고 보고 이들을 기소해 2006년 말부터 2년간 재판이 진행돼 왔다.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이세원 기자 nari@yna.co.kr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