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시간의 비행 끝에 찾은 베이징. 하지만 '피겨퀸'에게 시차와 장거리 여행의 피로는 오히려 우승을 위한 짜릿한 자극제일 뿐이다.

지난달 2008-200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시니어 피겨 그랑프리 1차 대회 우승으로 피겨 팬들에게 기쁨을 선사한 김연아(18.군포 수리고)가 승리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한 번 정상 도전에 나선다.

김연아의 시즌 두 번째 무대는 5일 공식훈련을 시작으로 중국 베이징 수도체육관(首都體育館) 빙상장에서 막을 올리는 그랑프리 시리즈 3차 대회 '컵 오브 차이나'다.

김연아는 6일 오후 8시45분부터 쇼트프로그램에, 8일 오후 5시부터 프리스케이팅 연기에 출격, 대회 2연패와 함께 지난 2006년 그랑프리 4차 대회 첫 우승을 시작으로 무려 5개 대회 연속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두 경기 모두 SBS에서 생중계한다.

◇여왕은 조건을 따지지 않는다

김연아는 지난 4일 대회가 치러질 수도체육관 빙상장에서 첫 빙질 적응훈련을 마쳤다.

얼음의 첫 느낌은 부드럽다는 것. 김연아는 "링크에 들어서는 순간 따뜻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부드러운 얼음의 상태에 맞춰 훈련을 했다"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빙판이 부드러우면 스케이트의 날을 쓰는 에지(edge) 점프에 유리하지만 반대로 스케이트 앞쪽 톱니를 찍고 뛰어오르는 토우(toe) 점프에서 충분한 도약을 얻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노련한 김연아는 "경험이 있으니까 잘 맞추면 되죠"라며 몇 차례 활주와 점프 훈련을 통해 금방 빙질 적응을 마쳤다.

또 다른 변수는 경기장의 규격이다.

관중석에서 김연아의 훈련 모습을 지켜보던 어머니 박미희 씨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난 1차 대회 때와 달리 경기장의 폭이 넓어졌지만 길이는 좁은 느낌을 받아서다.

이날 함께 훈련을 펼친 미국팀 코치 역시 자국 선수에게 경기장의 폭과 길이를 설명하면서 주의사항을 전달하기도 했다.

자칫 점프 지점을 잘못 계산하면 착지 이후 돌아나갈 공간이 부족해져 당황할 수 있는 만큼 김연아도 훈련 중반 빙판 중앙에 서서 각 연기 요소를 펼칠 포인트를 머릿속에 익히는 데 주력했다.

◇약점을 장점으로 만들어라

6개 점프 기술 가운데 5개의 트리플 점프를 '정석'으로 뛰는 것으로 유명한 김연아에게도 약점(?)이 있다.

유달리 루프(오른발 바깥 에지를 사용해 도약하는 점프)에 민감하다는 것이다.

김연아는 지난 3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성공률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트리플 루프를 더블 악셀로 대체했고, 지난달 그랑프리 1차 대회 프리스케이팅에서도 1회전으로 처리하는 실수를 범했다.

트리플 루프의 기본 점수는 5.0점. 트리플 러츠(6.0점)와 트리플 루프(5.5점)에 이어 배점이 높아 쉽게 포기하기도 아쉽다.

이 때문에 김연아는 이번 시즌 '강심장'답게 트리플 루프를 프로그램에 포함했고, 첫날 훈련에서 몇 차례 시행 착오를 거치면서 성공률을 끌어올렸다.

'꿈의 200점' 돌파를 위한 기본준비를 마친 것.
김연아는 "루프를 뛸 때 심리적으로 불안했지만 연습을 많이 하면서 부담이 없어졌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베이징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