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들이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경제가 내우외환의 위기에 빠진 책임이 은행에도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된데다 실적부진마저 겹쳐 거의 초상집 분위기라는 것이다.

당장 5명의 시중은행장들이 17일 열리는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야 하는 처지다. 이날 국감의 최대 쟁점은 키코(KIKO) 손실 처리 문제.은행장들로서는 "수출기업의 주머니를 턴 것 아니냐"는 책임 추궁을 당할 게 뻔해 참석 여부를 놓고 고민 중이다.

하영구 씨티은행장은 참석키로 했지만 해외출장 중인 신상훈 신한은행장은 외화조달을 위한 거래선과의 협상일정이 겹쳐 참석이 어려운 상황. 해외 출장 중인 김정태 하나은행장은 귀국 날짜가 불분명하다.

데이비드 에드워즈 SC제일은행장은 영국 런던 본사에서 열리는 경영위원회 참석을 이유로 일찌감치 국감 불참을 통보했다.

이에 앞서 이종휘 우리은행장은 문화관광부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은행 소유의 YTN 주식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와 협의한 사실이 있느냐"를 추궁받아야 했다.

중소기업 경영난에 대해서는 "비가 올 때는 우산을 뺏지 말아야 한다"는 은행 책임론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돈줄을 바짝 죄면서 중소기업들이 경영난에 처하고 있다는 비난 여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은행들은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중소기업 대출을 연장해주고 있다.

달러 부족 사태에 대해서도 은행장들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으로부터 "은행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서는 엄격히 대응하겠다"는 꾸지람을 들어야 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