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지주ㆍ동부화재ㆍ메리츠화재 등 추진할 듯

정부의 금융지주회사 규제 완화방안은 대형화·겸업화 시대에 맞춰 각 금융사가 다른 영역으로 확장,종합금융그룹화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부분 증권사나 보험사는 모-자회사 체제인데 모-자회사 체제는 지주회사 체제에 비해 시너지 효과를 누리기 힘들고,한 회사가 부실화 될 때 동반 부실 가능성이 있으며,모-자회사 간 이해가 상충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한국금융지주 삼성증권 등이 금융투자지주회사로,보험업계에서는 동부화재 LIG손보 메리츠화재 등이 보험지주회사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자회사 규제 대폭 완화

이번 금융지주회사 제도 개선의 핵심은 자회사 확장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한 것이다. 우선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에 대한 출자한도(자기자본의 100%)가 폐지된다. 보험지주회사는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을 함께 자회사로 둘 수 있고 자산운용사를 두는 등 다양한 업무를 할 수도 있다.

은행지주회사를 제외한 보험·금융투자 지주회사는 제조업 자회사를 소유할 수 있게 된다. 단,보험지주회사는 '지주회사-보험사-제조업 자회사' 형태로는 할 수 없고 지주회사가 제조업 자회사를 직접 지배해야 한다.

금융투자지주회사는 자회사 규제에서 훨씬 자유롭다. 증손자회사 고손자회사 아래 단계까지도 100% 지배하기만 하면 제조업이든 금융업이든 모두 보유할 수 있어 자유로운 확장이 가능하다. 금융투자업의 주요 업무라 할 수 있는 자기자본 투자,기업 인수 등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해외진출 규제도 풀린다. 금융지주회사가 해외에 진출할 때 자회사 등 간의 공동출자가 가능해지고 해외 증손자회사 지배도 허용된다. 특히 증손자회사는 국내와 달리 지분의 30~50%만 보유해도 된다.

다만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 편입에 대한 사전승인제도는 그대로 유지하는 등 보완장치를 두기로 했다. 지주회사의 제조업 자회사에 대해 금융당국이 직접 검사하는 임점검사 등 사후감독도 철저히 진행하기로 했다.

◆누가 지주사 전환하나

보험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을 제외한 대부분이 보험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동부화재는 지난 8월 이사회를 열어 동부증권을 자회사로 편입키로 했고 장기적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대한생명을 주축으로 한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대한생명은 한화손해보험 지분을 약 60% 갖고 있고 올해 중 한화투신운용의 지분도 100% 인수할 계획이다. 보험지주 전환 의사를 밝힌 메리츠화재의 경우 자본금을 전액 출자한 자회사인 메리츠자산운용이 지난달 영업에 들어갔다.

증권업계에서는 일단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 증권사 중심의 지주회사 전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한국금융지주 측은 "이번 규제 완화내용을 살펴보고 금융투자지주회사로 가는 게 유리할지를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의 경우 삼성생명 중심의 보험지주회사체제가 제조업 손자회사 불허,순환출자 해소 부담 등으로 어려워지면서 삼성증권 중심의 금융투자지주회사로 이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금융투자지주회사 후보로 꼽히고 있지만 최근 계열사 지분 정리가 마무리돼 당장 전환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순환출자 해소가 필수적인 만큼 자금 부담이 적지 않다.

정재형/김현석/백광엽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