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가 어수선하다. 주가가 급락하는 가운데 검찰과 경찰이 불법 사설정보지(속칭 찌라시) 단속에 나섬에 따라 일부 증권사는 메신저 등을 통한 정보 교환을 사실상 중단하라고 일선 직원들에게 지시하는 등 분위기가 얼어붙고 있다.

검찰과 경찰이 임채진 검찰총장의 특별지시에 따라 고 최진실씨의 사망 원인으로 알려진 '사채업 괴담'의 진원지로 증권가를 지목하고 수사를 확대할 조짐이어서 몸을 사리는 모습이 역력하다.

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이후 찌라시를 유통하면 형사입건된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증권가에는 찌라시가 자취를 감췄다.

H증권사 한 간부는 "같은 정보회의에 나가던 한 증권사 사원이 괴담 유포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며 "메신저로 괴담을 전한 증권사 직원들이 너무 많아 경찰의 소환 대상이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면서 증권사 직원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식당이나 술집에서 정기적으로 모여 주식 종목 분석 등을 하는 정보회의도 사실상 중단상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비난의 화살이 증권가로 집중되는 것에 대해 '억울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증권사 한 홍보 담당자는 "증권 시황 등을 주고받는 메신저를 증권사 직원들이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증권가가 찌라시의 유통경로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만 찌라시를 만든 곳은 아니지 않으냐"고 토로했다.

자성론도 나오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연예인은 물론이고 기업과 관련한 미확인 소문들이 인터넷 등을 타고 무한정 확산되면서 기업과 관계자들에게 해를 끼치는 부작용도 적지 않은 만큼 일정 부분 단속은 불가피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한편 외국 출장 중인 임채진 총장은 지난 4일 우크라이나에서 인터넷을 통해 최진실씨 자살 사건을 접하고 이날 대검에 직접 전화를 걸어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범죄에 엄정 대처하라"고 지시했다. 임 총장은 특히 "찌라시가 큰 문제"라며 사설정보지의 생산 및 유통 전 과정에 대한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사채업 괴담'의 진원지를 수사 중인 서울 서초경찰서는 메신저로 괴담을 전달한 증권업계 종사자들을 전원 추적해 사법처리하는 것을 검토키로 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괴담을 중간에 유포한 정황이 포착된 H증권사 직원 D씨의 사무실 컴퓨터와 그가 사용한 메신저 M사의 서버 설비(경기 성남)를 압수수색해 전산자료를 대거 확보했다. 경찰은 이 서버에 저장된 고객들의 메신저 쪽지에서 '최진실' '사채' '정선희' '25억' 등 4가지 주제어를 입력해 검색되는 자료를 분석,작성자들의 신원을 확인해 모두 소환 조사키로 했다. 괴담을 인터넷에 유포한 E증권사 A씨에게 메신저로 정보를 전달한 일부 관련자들은 소환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중간에서 메신저로 괴담을 전달한 이들은 직접적으로 공공연하게 비방 내용을 적시한 것은 아니지만 전파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명예훼손 혐의가 성립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병일/조진형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