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17일 글로벌 경제 위기와 관련,"금융 쪽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고 실물 쪽은 이제 막 시작이 됐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현안보고를 하는 자리에서 "리먼브러더스 등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작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는 강봉균 의원(민주당)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 총재는 최근 터져 나오고 있는 미국발(發) 금융위기에 대해 "1년 이상 끌어온 문제들이 하나하나씩 전개되고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어려운 시기가 조금은 더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6일(현지시간) 정책금리를 동결한 데 대해서는 "(미 중앙은행이) 현재는 유동성 문제로,유동성과 금리를 분리해서 보겠다는 의미로 보인다"며 "앞으로 우리 금리 정책에도 충분히 참고가 된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국 금융시장이 글로벌 금융 악재에 유독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데 대해서는 "한국은 다른 신흥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증시 규모가 크고 환금성이 양호한 데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 주가가 최근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주식형 펀드의 대규모 환매 청구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장기 투자 성향의 적립식 펀드 비중이 높아 증시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