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때 보다 힘들다는게 실감이 나네요.그땐 아무리 힘들다 해도 명절이 오면 생필품 걱정은 안 했었거든요."

추석 명절을 코 앞에 둔 8일 충남 논산시 연산면에 위치한 아동 복지시설인 '사회복지법인 계룡학사(원장 유창학)'에는 명절 맞이 위문객들의 발길이 끊긴 지 오래다.

이 곳에는 영아부터 18세까지 64명이 함께 모여 생활하고 있다.

유 원장(54)은 "예전에는 명절이 되면 위문품을 가지고 방문하는 단체나 개인들이 많아서 생필품은 따로 사지 않아도 풍족했었다"며 "지금은 아예 위문 발길이 끊겨 그런 기대는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올해는 찾아 와 주시는 분들이 너무 없어 한번 통계를 내봤다"며 "한창 힘든 시기이던 5-6년전만 해도 명절 전후에는 관공서와 단체장을 비롯해 고정 후원자 등 100여명이 다녀가느라 정신 없었는데 올해는 10여명에 불과하다.

그러니 IMF때 보다 힘들다는 말을 하게 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계룡학사에는 추석을 앞둔 이번 한 주 동안 방문하겠다는 의사를 보내 온 기관.단체가 단 한 건도 없는 상황이며, 평균적으로 연간 10여 건 이상이던 위문방문은 최근 몇 해 동안 계속 줄어 이제는 연간 두차례의 명절과 어린이날 등 서너차례에 불과한 실정이다.

유 원장은 "예전 같으면 명절을 앞두고 받은 간식이나 생필품, 성금 등으로 아이들이 연말연시까지는 나름 풍족히 지낼 수 있었다"며 "경제가 어렵다 보니 독지가.

후원자들의 지원이 줄어 올해는 명절 때 아이들에게 나눠 줄 과일이나 간식도 갖추기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계룡학사는 64명의 원생들과 이곳에서 생활하다 자립한 뒤 명절을 맞아 고향 집(?)을 찾아 올 퇴원생들과 함께 추석 당일에 송편을 나눠 먹고 윷놀이를 하는 등 자체적으로 마련한 프로그램에 따라 명절을 보낼 계획이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찾는 사람 없는 조용한 명절' 보다는 '사회의 무관심'이 더욱 견디기 힘든 게 사실이다.

한달 동안 인건비를 제외한 생계비, 시설운영비, 교육비로 책정된 금액이 정부보조금 500여만원에 불과하다 보니 사실상 아이들이 넉넉히 생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올해는 유가 폭등으로 인해 전기 및 수도 사용료와 차량 유지비 등도 급증해 이를 감당하기에도 빠듯할 뿐만 아니라 건물 개.보수는 꿈도 꾸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 원장은 "개인후원자들은 1만원 이하의 소액 기부자들인데다 기부액이 월마다 일정하지도 않은 만큼 행정기관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정부에 특별지원금을 요청하기도 어려운 상황인 만큼 사회복지 분야는 중앙정부 주도로 더욱 많은 관심과 후원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명절 때나 어린이 날 찾아와 금품과 물품을 놓고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작 필요한 것은 우리 아이들에 대한 사회의 관심과 애정"이라고 강조했다.

(논산연합뉴스) 김준호 기자 kjun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