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석같이 믿었던 양궁이 무너졌다.

지난 20여년 간 세계최강을 자랑했던 한국 양궁은 14일 올림픽그린 양궁장에서 벌어진 2008 베이징올림픽 여자개인전에서 박성현(25.전북도청)과 윤옥희(23.예천군청), 주현정(26.현대 모비스) 트리오가 출격했지만 중국의 장쥐안쥐안에게 모두 패해 금메달을 넘겨주고 말았다.

이로써 양궁은 1984년 LA 올림픽부터 이어 온 여자개인전 연속 우승이 6연패 뒤에 제동이 걸려 한국선수단의 메달레이스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

중국의 올림픽 양궁 첫 금메달리스트로 일약 '한국 킬러'로 급부상한 장쥐안쥐안은 8강에서 주현정을 106-101로 꺾은 뒤 준결승에서는 윤옥희를 115-109로 물리쳤고 결승에서도 박성현마저 110-109로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확실한 우승 종목이라고 점찍었던 양궁에서 금 사냥에 실패한 한국은 박성현과 윤옥희가 각각 은.동메달을 추가했지만 대회 엿새만에 처음으로 `노골드 데이'를 보냈다.

유도에서는 귀중한 동메달을 획득했다.

여자 78㎏급 정경미(23.하이원)는 준결승에서 얄레니스 카스티요(쿠바)에게 지도패를 당했으나 동메달 결정전에서 에디난치 실바(브라질)를 누르기 한판으로 제압했다.

한국이 여자유도에서 메달을 획득한 것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이후 8년만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 한국선수단 기수였던 장성호(30.수원시청)는 남자 100㎏급에서 7위에 그쳤다.

이날 금메달 없이 은메달 1개와 동메달 2개만 보탠 한국은 총 메달수가 금6, 은7, 동3개를 기록, 승마에서 금메달을 추가한 독일(금7,은2,동3)에 밀려 4위로 한 계단 내려앉았다.

주최국 중국(금22,은8,동5)은 체조와 사격, 양궁 등에서 금메달을 보태며 1위를 지켰고 미국(금10,은9,동15)은 2위를 달렸다.

관심을 모았던 체조에서는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남자 개인종합에 나선 양태영(28.포스코건설)은 전체 24명 중 8위 김대은(24.전남도청)은 11위에 각각 그쳤다.

구기종목에서는 잇단 승전고가 들려왔다.

배드민턴 남자단식의 간판 이현일(세계랭킹 11위.김천시청)은 8강전에서 세계랭킹 3위인 중국의 바오춘라이를 2-0(23-21 21-11)으로 완파하고 준결승에 올랐다.

이 경기는 몇 차례 석연찮은 판정으로 이현일이 피해를 입었지만 껄끄러운 바오춘라이에게 완승을 거둬 메달 전망을 한껏 높였다.

한국은 혼합복식에서도 이용대-이효정(이상 삼성전기) 조가 영국의 로버트슨-엠스 조를 2-0(21-19 21-12)으로 물리치고 4강에 올라 메달 가능성을 높였다.

탁구는 남녀단체전에서 나란히 4강에 진출했다.

유승민(삼성생명)과 오상은(KT&G), 윤재영(상무)이 출전한 남자단체전 예선 3차전에서 복병 대만을 3-1로 물리쳤고 김경아, 당예서(이상 대한항공), 박미영(삼성생명)이 여자단체전에서는 일본을 3-0으로 꺾었다.

남자핸드볼은 예선 B조 2차전에서 유럽의 강호 아이슬란드를 22-21로 누르고 2연승을 달렸다.

그러나 여자 하키는 예선 3차전에서 스페인(7위)에 1-2로 져 3연패를 기록, 사실상 탈락했다.

레슬링은 84㎏급의 김정섭(33.삼성생명)과 96㎏급 한태영(29.주택공사)도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복싱에서는 김정주(원주시청)가 웰터급(69㎏) 16강전에서 존 잭슨(19.버진아일랜드)을 10-0 판정으로 물리치고 준준결승에 올랐다
국내 올스타가 출전한 야구대표팀은 약체 중국과 예선 2차전을 벌였으나 0-0으로 맞선 6회말 폭우가 쏟아져 서스펜디드(일시정지) 경기가 선언됐다.

한국-중국 전은 예비일인 17일 재개될 예정이다.

한편 테니스 세계 1위 페더러(27.스위스)는 남자단식 8강에서 제임스 블레이크(7위.미국)에 0-2(4-6 6<2>-7)로 져 탈락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 처음 출전해 4위, 2004년 아테네에서는 2회전 탈락했던 페더러는 세 번째 도전에서도 결국 메달 획득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베이징=연합뉴스) shoel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