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의 해임 제청 요구와 관련,정연주 KBS 사장은 6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불복할 방침임을 밝혔다. 그러나 8일 열릴 예정인 KBS 임시 이사회에서 해임 제청안이 가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KBS의 한 이사는 이날 "정 사장은 경영 부실 책임과 함께 1500억원에 이르는 배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고 공영방송 수장으로서 실정법도 어겼다"며 "8일 이사회에서 정 사장의 해임 제청안이 가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배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자료 제출 요구뿐 아니라 다섯 차례의 소환 요구에 불응한 데다 감사원의 출석 요구를 네 차례나 거부하는 등 실정법을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고 그는 밝혔다. 감사원법에 따르면 정보 또는 자료 제출이나 출석 답변을 요구받고 정당한 사유 없이 불응한 자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이사회가 해임 제청안을 가결하면 즉시 행정안전부로 보내지고 대통령이 수일 내 수용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방송법에는 대통령이 KBS 사장에 대해 '임면권'이 아닌 '임명권'을 지닌다고 명시,대통령이 임명권을 지녔더라도 해임권은 없다는 법리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정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감사원이 정치적 표적 감사와 부실 감사를 했다"며 "내일 중 서울행정법원에 감사원의 해임 요구 자체가 무효라는 확인 소송과 사장 해임 요구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접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사장은 "감사원이 왜곡된 자료로 경영 부실을 기정사실화했다"며 "흑자가 발생한 2003년 사업을 제외시키고 누적 사업 손실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지난 5년간 흑자를 냈다"고 주장했다.

정 사장은 또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최근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KBS 사장을 해임할 수 있다"고 한 발언과 관련,"현행 법에 (대통령은) KBS 사장에 대한 면권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며 정치적 독립성이 생명인 KBS 사장을 임기 중에 그만두게 할 때는 그에 대한 절차와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 사장이 행정 소송을 제기한다는 방침에 대해 감사원 관계자는 "KBS 이사장에게 정 사장의 해임을 요구한 것이기 때문에 감사원의 해임 요구 자체로는 행정 처분이 아니고,따라서 행정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