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에서 백조로….'

그동안 국내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던 현대자동차 클릭과 베르나,기아자동차 프라이드,GM대우 젠트라 등 배기량 1300㏄ 안팎의 소형차 판매가 경기 하락 및 고유가 등의 영향으로 상승세다.

베스트 셀링 차종인 1600㏄급 준중형차 수요 일부를 흡수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최고의 히트상품인 기아자동차 뉴모닝,GM대우 뉴마티즈 등 경차와 함께 침체 조짐의 자동차 내수시장을 지키는 버팀목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날개단 경.소형차 판매

현대차의 1400㏄급 소형차 클릭은 올 들어 7월까지 4615대가 팔려 전년 동기(3607대) 대비 27.9% 늘었고 같은 급 베르나 판매량도 5306대로 10.1% 증가했다. 특히 7월 한 달간 각각 1150대와 1450대가 판매돼 전년 7월보다 2배 이상 급증했다. 클릭과 베르나는 7월까지 판매량이 지난해 전체 판매실적의 80%에 육박하고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과 인도공장에서 생산하는 클릭(수출명 겟츠)은 인도와 유럽 등에선 최고 인기 모델로 통하지만 국내에선 차체가 작다는 등의 이유로 외면받아오다 최근에야 진가를 인정받는 분위기다. 클릭과 베르나는 올 상반기에만 각각 7만6000여대,8만1000여대가 수출됐다.

GM대우의 1200㏄급 소형차 젠트라(젠트라X 포함) 역시 5748대가 판매돼 487%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GM대우 측은 올 상반기에 13만2000대가 넘는 해외판매 물량을 대느라 젠트라 1.2 모델은 내수용 재고가 없어 못팔 정도라고 소개했다.

경차 판매 증가세도 꾸준하다. 주문 후 차량을 인도받기까지 5개월 넘게 기다려야 하는 기아차 뉴모닝은 7월까지 5만2629대가 팔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0% 증가했고 GM대우 뉴마티즈도 전년 동기 대비 13% 넘게 판매가 늘었다.

◆값싼 고연비차로 수요 몰려

자동차 업계에서는 소형차 부활이 경기 하락으로 서민층 지갑이 얇아진데다 고유가 영향으로 무조건 '큰 차'를 선호하던 소비자 태도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기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클릭 등 소형차는 아반떼 등 준중형차에 비해 차값이 400만원 이상 저렴하다. 표준연비 역시 수동변속기 기준으로 15㎞/ℓ,자동변속기 기준 13.5㎞/ℓ를 웃돈다.

현대차는 여기에다 최근 나온 2009년형 클릭과 베르나 모델의 경우 사이드 커튼 에어백 등 안전 및 편의사양 옵션을 중형차 수준으로 강화하고 중고차 가격보장 서비스 등 획기적인 구매 혜택을 제공한 게 주효한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신차 효과를 보고 있는 현대차의 i30를 제외한 아반떼 쎄라토 라세티 SM3 등 기존 준중형차 판매는 많게는 30% 넘게 감소하고 있어 준중형차 수요가 소형차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 관계자는 "경.소형차를 찾는 고객들이 계속 증가하면서 클릭과 베르나도 일부 출고가 밀려 있다"고 말했고,GM대우 관계자는 "경차는 너무 작고 준중형차는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