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예보에 콜옵션 이행 촉구..대생 상장준비 착수

대한생명 인수를 둘러싼 한화그룹과 예금보험공사의 오랜 분쟁이 한화의 승리로 끝났다.

한화그룹은 예금보험공사가 신청한 '예보와 한화그룹 간의 대한생명 주식매매계약 무효 중재'에서 국제상사중재위원회는 양측의 대한생명 주식매매계약이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판정했다고 1일 밝혔다.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장일형 부사장은 "매매계약과 관련한 모든 논쟁이 종결됨에 따라 계약에 의거, 즉각 예보에 콜옵션 이행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 부사장은 또 "올해 4월 말로 대한생명의 누적 적자가 전액 해소돼 대한생명 상장의 걸림돌이 모두 제거됨에 따라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상장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향후 대한생명 이사회 결의를 통해 이를 구체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예금보험공사는 "중재판정부가 한화그룹이 대한생명 입찰과정에서 호주의 맥쿼리생명과 이면계약을 체결하고 공사를 기망했다는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도 이런 기망행위가 매매계약을 무효.취소시킬 정도로 중요한 사항이 아니라고 판단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콜옵션 이행 등 구체적인 사항은 법률자문기관 등과 협의해 추진하겠다"면서 "국제중재의 결론이 났으면 이의를 제기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국제계약에서 중재 결정은 구속력이 있으며 법원에 이의신청을 하더라도 절차상의 문제가 없는 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화는 대한생명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행사하게 된 반면 예보는 대생 헐값매각에 대한 논란이 다시 점화될 경우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화는 또 그룹 경영의 최대 잠재 불안 요인을 제거하고 향후 대한생명 상장으로 적지 않은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돼 글로벌 경영, 대우조선해양 인수 등 그룹 핵심 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게 됐다.

이에 앞서 한화는 2006년 6월, 대법원으로부터 "대한생명 주식매매계약은 적법하다"고 최종판결을 받은 바 있으며 그에 따라 같은 해 6월 19일 '예보가 보유 중인 대한생명 지분 49%중 16%를 추가로 인수할 수 있는 콜옵션'을 행사했다.

그러나 예보는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형사판결이 무죄라고 해서 민사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며 콜옵션을 이행하지 않은 채 '모든 분쟁은 국제상사중재를 통해 해결하도록 한다'는 매매계약서상의 조항을 들어 2006년 7월 국제상사중재위원회에 중재를 신청했다.

한화의 콜옵션이 이행되면 한화의 대한생명 보유지분은 현재의 51%에서 67%로 증가해 그동안 불완전하게 행사하던 대한생명에 대한 온전한 경영권 행사가 가능해지며 한화가 추진해온 대한생명 상장이 구체화될 전망이다.

한화의 대생 지분 콜옵션 행사가격은 2천275원이며 증권업계는 한화가 대생 콜옵션 이행과 상장으로 얻게 될 차익이 약 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화는 2002년 12월 대한생명의 주식 51%를 주당 2천275원, 총 8천236억원에 인수했다.

그러나 예보는 한화가 대한생명을 인수하면서 인수자격을 얻기 위해 컨소시엄 파트너인 맥쿼리 생명과 이면 계약을 체결해 예보와 공적자금관리위원회를 속였다고 주장했다.

보험사가 컨소시엄에 참여해야 한다는 투자요건을 맞추기 위해 한화가 맥쿼리에 인수자금을 빌려주고 컨소시엄에 참여하게 한 뒤 한화가 나중에 맥쿼리 지분을 인수한 것은 속임수이며, 결과적으로 대생의 공정한 입찰을 방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검찰이 2005년 2월 한화를 입찰업무 방해 혐의로 기소, 대법원이 2006년 6월 한화의 무죄 확정 판결을 내릴 때까지 1년 4월동안 법적 공방이 진행됐다.

한화는 이번 국제상사중재위원회의 이번 중재와 관련, "판결문의 세부내용은 비밀준수 의무로 인해 상세하게 공개할 수 없다"며 "중재 내용은 2006년 6월 대법원 판결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당시 대법원 판결의 요지는 한화와 맥쿼리의 계약은 이면계약이 아닌 컨소시엄 당사자 간의 내부 약정이며, 한화컨소시엄은 투자자 자격요건을 갖췄다는 것이었다.

(서울연합뉴스) 현경숙 기자 k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