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펀드 마지막 피난처 사라지나"

고공행진을 지속하던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에너지 비중이 큰 원자재펀드들의 수익률이 급강하하고 있다.

23일 펀드평가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설정기간 1개월, 설정액 10억원 이상인 18개 원자재펀드의 3개월 평균 수익률은 22일 현재 0.23%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4일 19.66%를 기록했던 데서 불과 2주여 만에 제로 수준으로 떨어졌다.

모든 원자재펀드들의 1개월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전환한 가운데 평균 수익률은 지난 4일 8.87%에서 -5.87%로 추락했으며, 1년 평균 수익률도 27.49%에서 14.94%로 눈에 띄게 둔화됐다.

원자재펀드 중 가장 성과가 좋은 '미래에셋맵스로저스Commodity인덱스파생상품'의 경우 3개월 수익률이 지난 4일 23.19%에서 4.43%로 떨어졌고, 1개월 수익률은 11.77%에서 -4.17%로 물러섰다.

'우리Commodity인덱스플러스파생상품'도 3개월 수익률이 22.31%에서 3.19%로, 1개월 수익률은 11.81%에서 -4.59%로 떨어졌다.

해외펀드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졌던 원자재펀드의 수익률이 최근 이처럼 악화된 것은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의 전망 속에 원유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격한 조정을 받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8월 인도분은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2일(현지시간) 전날보다 3.09달러(2.35%) 내린 127.95달러로 마감, 지난 11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147.27달러)에 비해 13% 이상 떨어졌다.

이로 인해 '미래에셋맵스로저스Commodity인덱스파생상품'가 기초자산으로 삼는 '로저스국제상품지수(RICI)'는 이달 들어 6.99% 하락했으며, '우리Commodity인덱스플러스파생상품'이 기초로 하는 '로이터제프리CRB지수'는 8.99% 떨어졌다.

로저스국제상품지수(RICI)은 36개의 구성 상품 중 원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가 44%를 차지하며, 로이터제프리CRB지수도 에너지 비중이 39%에 이른다.

유가 하락과 함께 오름세를 유지했던 곡물가와 금값도 최근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 일각에선 투기자금이 유가 상승을 조장하는 것을 막기 위한 원유투기근절법안이 미국 상원을 통과함에 따라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105 달러까지 하락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권정현 굿모닝신한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원자재펀드는 에너지 투자 비중이 큰 탓에 유가가 하락할 경우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원자재펀드마저 수익률이 꺾이면서 사실상 해외펀드 중 유일한 피난처가 사라지게 됐다"고 밝혔다.

권 애널리스트는 "유가가 하락 추세로 전환했다고 보긴 아직 이르지만,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돼 원자재펀드의 투자를 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abullapi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