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 `안기부 X파일' 명예훼손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출석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조한창 부장판사는 21일 `안기부 X파일' 내용을 근거로 `떡값 검사'의 실명을 공개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로 불구속 기소된 노회찬 전 의원의 속행공판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이 전 부회장이 나오지 않자 다음 재판에 다시 부르기로 했다.

이 전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출석하지 않았고 지난 2월 법관 인사로 변경된 새 재판부가 이날 재차 소환했으나 응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증인(이 전 부회장)이 본인도 불법 도청의 피해자라면서 출석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강제구인이 필요하면 해야 하겠지만 증인에게서 어느 정도의 진술이 나올 수 있을지는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테이프의 내용을 공개하는 것 자체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라며 그 내용으로 법정에서 증인 신문을 하는 것에 대한 법적 타당성에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노 전 의원의 변호인은 "최소한 테이프 속 음성이 본인 목소리가 맞는지는 확인해야 할 것"이라며 "이 전 부회장의 증언을 들어봐야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등이 증인으로 나와야 할지를 판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8월25일로 예정된 다음 재판에 이 전 부회장을 다시 부르기로 했다.

노 전 의원은 2005년 8월 안기부가 도청한 이 전 부회장과 홍 회장의 대화 녹취록을 인용해 "삼성그룹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며 당시 전ㆍ현직 검사들의 실명을 공개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전 부회장은 최근 삼성그룹의 경영권 불법승계 및 조세포탈 혐의로 집행유예 및 벌금형을 선고받았으며 조준웅 특별검사팀이 항소함에 따라 항소심 재판도 앞두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na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