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열린 삼성 사건 선고 공판에서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 증여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남에 따라 삼성이 그동안 시달려왔던 편법 경영권 승계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삼성이 이번 재판을 통해 편법 경영권 승계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1996년 사건 발생후 12년째 삼성의 발목을 잡고 있는 '원죄'에서 해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삼성은 지난해 10월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 이후 약 9개월 동안 '그룹 경영 공백'에 가까운 혼란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헤어나기 어려웠던 경영권 승계 논란에서 벗어나게 돼 삼성과 재계는 물론 한국사회를 뒤흔들어놓았던 삼성특검은 결과적으로 삼성에 '전화위복'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게 됐다.

이번 경영권 편법승계 무죄 판결은 이건희 전 삼성 회장에 대한 집행유예 선고와 함께 삼성을 적지 않게 고무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삼성은 그동안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으로 인한 배임, 경영권 편법 승계 혐의 등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결백을 주장해왔다.

에버랜드 CB 발행, 삼성 SDS 신주 발행 등은 기존 주주가 손해를 볼 수 있을지언정 두 회사에 대한 배임행위라고 볼 수 없으며 당시에는 경영권 승계라는 사전 시나리오를 갖고 진행된 것도 아니었다는 것이 삼성의 주장이었다.

단지 에버랜드 CB 발행 이후에 에버랜드가 삼성생명 주식을 취득하는 과정 등을 통해 결과적으로 에버랜드가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이재용 전무의 삼성 경영권 확보가 가능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번 에버랜드 CB 편법 증여 무죄 판결은 삼성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이런 입장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진 셈이다.

이번 판결은 그러나 에버랜드 사장과 경영지원실장이었던 허태학, 박노빈씨가 같은 사안으로 기소돼 1, 2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후 대법원에 계류중인 '삼성에버랜드 CB 저가발행사건'의 판결과 완전히 배치됨으로써 적지 않은 논란을 일으킴과 동시에 향후 최종심에서 어떤식으로 결론날지 불투명한 실정이다.

허ㆍ박 씨 사건 1심 재판부는 이재용 전무 등에게 넘겨진 CB는 에버랜드 지배권을 넘겨주기 위한 실질적인 제3자 배정이라고 보고 전환가격을 현저하게 낮게 책정해 에버랜드에 재산상 손해를 가했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번 재판부는 에버랜드 CB 저가 발행의 배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동일 사건에 대한 판결이 전적으로 배치됨에 따라 에버랜드 CB 저가 발행을 통한 경영권 편법 승계 논란은 대법원에 가서야 결론이 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그러나 삼성으로서는 이번 재판에서 편법 경영권 승계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은 것만으로도 에버랜드 CB발행이 경영권 승계의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 아니라고 하는 자신들의 입장을 뒷받침하는 데 큰 힘을 얻게 됐다.

삼성이 편법 경영권 승계 논란에서 벗어나면 이 전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 전무에 대한 경영권 승계작업은 훨씬 순조롭게 진행될 전망이다.

삼성은 이 전무에 대해 "아직 경영 수업중이며 승계 문제는 결정된 바 없다"고 말하고 있으나 이 전회장의 외아들인 이 전무가 결국 삼성의 경영권을 승계할 것이라는 데 재계의 관측이 대체로 일치하고 있다.

이 전무는 올해 만 40세로 지난해에야 상무에서 전무로 진급했으며 직책도 주도적인 경영을 위한 자리보다 최고고객책임자(CCO) 등 주로 경영수업을 위한 것이었다.

이때문에 그의 경영권 승계 행보는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씨가 35세였던 2005년에 기아차 사장직에 오르는 등 국내 재계의 승계 전례를 감안하면 결코 빠르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연합뉴스) 현경숙 기자 k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