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다시 신용위기 진화를 위한 구원투수로 나섰다. 지난 3월 베어스턴스 몰락 이후 3개월여 만이다.

버냉키 의장은 8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알링턴에서 열린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포럼에서 "FRB는 금융시장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월가 금융회사에 대한 긴급대출을 내년까지 연장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버냉키 의장이 공개석상에서 금융회사에 대한 긴급대출 연장 계획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FRB는 지난 3월 신용위기가 정점에 이르자 '기간부 국채임대대출(TSLF)'과 '프라이머리 딜러대출(PDCF)'을 잇따라 도입했다.

이 대출은 재할인 대상이 아닌 투자은행 등에도 모기지증권 등을 담보로 FRB가 자금을 직접 공급하는 것이다.

이들 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비은행 금융회사들은 FRB로부터 긴급자금을 조달,유동성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이 대출은 당초 오는 9월까지 6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시행될 예정이었다.

버냉키 의장이 이 제도를 연장하겠다고 나선 것은 최근 불거지고 있는 신용위기에 대한 불안감을 방치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상태로까지 번질 것으로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은 버냉키의 발언을 "최소한 내년까지 월가 주요 금융회사의 부도는 없다"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버냉키 의장의 발언이 전해지자 다우지수는 152.25포인트(1.36%) 오른 11384.21로 마감됐다.

그동안 하락세를 면치 못하던 금융주가 폭등했으며 달러화 가치도 상승세로 돌아서는 등 '버냉키 효과'가 나타났다.

한편 헨리 폴슨 재무장관도 취약한 주택 매수세를 회복시키기 위해 '커버드 본드(covered bond) '의 활성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커버드 본드는 은행 등 금융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모기지증권 등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하는 유동화증권의 일종이다.

자산유동화증권(ABS)이나 주택저당증권(MBS) 등과 비슷하지만 모기지증권을 특수목적법인(SPC)에 이전하지 않고 금융회사가 자기 신용을 바탕으로 채권을 발행하는 점이 다르다.

그만큼 신용도가 높아 유통이 활발해지고 모기지 시장도 활성화될 가능성이 크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