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둔화하고 물가가 급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자리 창출이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내수 둔화로 일자리 창출이 부진하고 하반기에도 내수 경기가 호전될 가능성이 크지 않아 고용사정 역시 크게 개선되기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일자리 창출의 부진이 계속되면 소득 감소에 따른 소비 부진으로 내수 경기가 침체하고 기업의 투자가 줄어 경제의 둔화 속도가 더 빨라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일자리창출 3개월 연속 10만명대
11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5월 취업자 증가 수는 18만1천명으로 2005년 2월의 8만명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취업자 증가 수는 3월 18만4천명, 4월 19만1천명 등 지난 3월부터 정부의 목표치인 35만명은 고사하고 3개월 연속 20만명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과 경제연구기관들은 전반적으로 도.소매업, 건설 등 내수분야의 경기가 부진해 일자리 창출 속도가 부진한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이처럼 일자리 창출이 부진하자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 구직을 단념하고 취업 준비를 하는 경우가 많아져 실업률은 감소하고 비경제활동인구는 늘어났다.

지난 5월의 실업률은 3.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2%포인트 떨어졌고 청년층(15~29세) 실업률도 6.9%로 1년 전에 비해 0.1%포인트 내려갔지만 비경제활동인구는 1천484만8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4만8천명(1.7%) 증가했다.

비경제활동인구는 15세 이상 생산 가능 인구 중 취업과 실업 상태가 아닌 것으로 취업 준비, 구직 단념, 가사, 육아, 연로, 심신 장애 등으로 구직 등 경제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을 의미한다.

◇ 임시.일용직 일자리 많이 줄어
취업자 증가 폭이 부진을 이어가는 근본적 원인은 경기침체에 따른 내수 둔화에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올해 1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전분기에 비해 1.2% 줄면서 2003년 1분기(-1.6%) 이후 최대의 감소 폭을 나타냈다.

실질 국민소득이 줄면서 소비.투자심리는 위축되고 이는 다시 내수 둔화를 불러와 고용사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산업별로 살펴보면 대표적 내수업종인 도소매.음식숙박업의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4만2천명 감소했고, 건설업 역시 같은 기간 3만2천명이 줄었다.

전년 동월 대비 도소매.음식숙박업과 건설업의 취업자 수는 각각 9개월과 10개월째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농림어업(-5만8천명)의 경우 구조적으로 취업자 수가 계속 줄고 있고, 제조업(-1만7천명) 역시 고용없는 성장을 지속하면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직업별로 살펴봐도 농림어업숙련종사자(-8만6천명) 외에 내수 둔화에 따른 영향을 받는 기능.기계조작.단순노무종사자(-8만명), 서비스.판매종사자(-4만5천명) 등이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아울러 경기가 둔화하면서 기업들이 임시.일용직 등 단기 근로자들을 해고하거나 고용에 나서지 않는 점 역시 고용시장 부진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5월 현재 임금근로자 중 임시근로자와 일용근로자는 작년 동월에 비해 각각 9만4천명과 7만3천명이 줄었고 임시근로자는 8개월째, 일용근로자는 4개월째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 전문가 "고용부진 경기둔화 가속 우려"
전문가들은 5월 취업자 증가 규모가 예상보다 좋지 않다며 하반기에 내수가 더 악화할 수 있어 앞으로 고용 전망도 불투명하고 이러한 고용 부진이 경기 둔화를 가속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LG경제연구원 송태정 연구위원은 "서비스업이 안좋다 보니 자영업자와 임시직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며 "하반기로 갈수록 내수가 좋지 않을 가능성이 커 고용 전망이 밝지 않다"고 설명했다.

송 연구위원은 "고용이 좋지 않으면 가계 소득이 줄고 소비가 감소하며 기업은 투자를 하지 않게 돼 경기가 더 둔화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희삼 연구위원은 "고용이 좋지 않은 분야를 보면 도.소매, 음식.숙박업, 건설 등 주로 내수업종"이라며 "내수분야의 고용이 줄면 이 업종과 밀접한 분야에 취업했던 사람들도 직장을 잃고 근로소득이 줄게 돼 내수경기가 더 악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의 김정운 인력정책과장은 "대내외 여건 악화에 따른 경기 둔화로 고용의 지위가 불안한 임시.일용직을 중심으로 취업자가 감소하고 있고 고유가와 세계경제 둔화로 경기전망을 불투명하게 보는 기업들이 신규채용을 늘리지 않아 임금근로자 증가 규모도 크게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정부는 서민경제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어 서민생활과 물가안정 등 경제안정화에 주력하면서 고용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추가적인 경기 위축 방지 노력을 하고 특히 감세.규제완화를 통한 기업활성화와 서비스업 경쟁력 강화 대책 등을 차질이 없이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원 박대한 박용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