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게 비겼지만 축구대표팀의 해결사는 역시 박지성(27.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이었다.

박지성은 31일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축구 아시아 3차예선 3차전 요르단과 홈경기에서 전반 38분 귀중한 선제골을 폭발시켰다.

결과는 허무한 2-2 무승부였지만 박지성은 홀로 빛났다.

4-3-3 포메이션의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격한 박지성은 '축구 종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 1호로서 수준 높은 기량을 가감 없이 선보이며 그라운드를 휘저었다.

중앙 스트라이커 박주영(서울)과 시시각각 위치를 바꿔가며 골문을 노리는 한편 '산소 탱크'라는 별명에 걸맞게 측면 돌파도 인상적이었다.

상대 수비수들이 집중 견제에 들어가는 바람에 가끔 볼을 빼앗기는 장면도 나왔지만 맨유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2연패에 '꿈의 무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더블'을 달성한 덕분인지 움직임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호시탐탐 요르단 골문을 노리던 박지성의 골이 터진 건 전반 38분.
오른쪽에서 박주영이 올린 코너킥을 이정수(수원)가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머리로 떨어뜨려 준 것을 다시 이청용(서울)이 페널티킥 지점에서 다시 헤딩으로 방향을 바꿔주자 골문 앞에는 박지성이 있었다.

박지성은 앞에 떨어진 볼을 오른발 인사이드에 맞춰 골키퍼 머리 위로 찔러넣었고 볼은 그대로 골 그물을 출렁였다.

마치 독일월드컵 프랑스전 당시 동점골을 터트렸을 때 장면이 연상되는 골이었고, 5만3천여 축구팬은 뜨겁게 환호했다.

지난 2월6일 투르크메니스탄과 1차전 홈경기 때 득점포를 쏘아 올린 이후 대표팀에서 114일 만의 골.
교체 없이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전.후반 90분을 모두 소화한 박지성의 움직임은 한창 소속 리그가 진행 중이던 3월26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북한과 2차전 당시 피로에 지쳐 제대로 된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했을 때와는 확연히 달랐다.

준비된 플레이였다.

지난 24일 귀국한 박지성은 매일 이어지는 각종 행사에도 짧게 얼굴만 비치고 휴식을 취하는데 대부분 시간을 할애하면서 이날 경기를 대비했다.

이를 바탕으로 조국의 축구팬 앞에서 통쾌한 선제골 뿐만 아니라 어떤 경기에서든 성실하게 그라운드를 누비는 진정한 '프로'의 자세까지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경기 직후 박지성은 결과를 못내 아쉬워했다.

그는 "비겨서 할 말이 없다.

오늘 골 넣은 것을 빼고는 특별한 점이 없었다"며 자책했다.

전반적인 경기 소감을 묻자 "찬스를 많이 만들었고 경기를 지배했지만 결과는 실망스럽다.

2-0으로 앞선 상황에서 너무 쉽게 실점했고 집중력 부족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고 답했다.

이날 자신의 골을 어시스트한 이청용에 대해서는 "A매치 데뷔전인데 자신감 있게 뛰었다.

앞으로 대표팀에 귀중한 자원이 될 것"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다음달 7일 요르단과 원정 4차전에 대해서는 "좀 더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다.

오늘 경기를 토대로 자신감을 쌓고 집중력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min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