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에서 정진 중인 수행자들의 이야기를 뼈대 삼아 선시와 선어록을 담아낸 '초승달도 눈부시다'(김영옥 지음,호미)가 출간됐다.

저자는 십수년간 산중 수행자들을 찾아다니며 구도의 현장과 깨달음의 세계를 전해온 인물.전작 '봐라,꽃이다!-우리 시대의 스님들'과 '자귀나무에 분홍꽃 피면-비구니 스님 행장기'에 그 깊은 이야기를 담았던 저자는 이 책에서 구도의 길을 걷는 스님들의 이야기 9편에 고금의 선사들 어록과 선시,세속 시인들의 시와 글들을 녹여냈다.

검정 고무신 한 켤레만 남기고 입적한 장수 스님의 마지막 며칠과 다비식 장면,김천 청암사의 첫 비구니 행자였던 도림 스님의 출가,1000일 기도 중 1000일에서 아흐레 남긴 날 걸망을 싼 지산 스님의 사연,환속한 뒤로도 '마을'에 마음을 묶지 못한 채 살아온 어느 노인이 손주를 절에 맡기려고 지리산 높은 자락을 찾아드는 애잔한 이야기,향곡·석봉·춘성 같은 걸출한 스승 밑에서 공부한 끝에 속가 고향에 돌아가 노모를 모시고 정진하는 대선 스님의 이야기 등이 단편소설처럼 혹은 영화처럼 드라마틱하게 전개된다.

절집의 여법한 살림살이와 정갈함,용맹정진을 마다않는 선방의 삼엄한 풍경,웃자란 가지를 쳐내는 것을 공부의 경계로 삼고 농사 짓는 울력을 깨달음의 길로 삼는 수행자들의 이야기가 선시,선어록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단숨에 읽기보다는 행간의 여백을 음미하며 느릿하게 읽으면 더 좋을 책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